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소집'까지 거론하며 자체 마지노선 날짜로 못 박은 7일이 됐지만 합의는 도출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단독소집 카드를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두고 주말까지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여전히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힐 만한 뾰족한 해법이 없어 난항이 예상된다.
7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넥센 중앙연구소에서 진행한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단독소집 요구서를 제출할 가능성은 없다"며 "다음주에 다시(논의할 수 있다). 그 전에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돼 잘 타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날 민주당 단독으로 6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주말까지 시한을 더 두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별도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회 정상화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협상을 더 해보자는 이 원내대표의 뜻을 존중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단독소집은) 말 그대로 최후의 방법이고 그런 일이 오지 않길 바란다"며 "(이번 주말 동안) 계속 (협상)할 것이다. 서로 통화하고 직접 만나는 가능성도 다 열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론이 빠르게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앞서 이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현충일 추념식 직후 오찬을 함께하면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다. 여야는 핵심 쟁점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의 처리방향을 두고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사과와 철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합의문에는 관련 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자신들의 동의 없이 통과시키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는 물론 사과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합의문 문구 역시 상대적으로 느슨한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를 주장해 왔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바른미래당과 함께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와 '유감' 표명 수준으로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당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선 한국당 설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고 단독소집에 착수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다만 또다른 원내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 반대하는 상황이라 쉽게 실행에 옮기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두 달 넘게 상황을 이어 왔는데 (한국당을 배제한) 단독 국회는 의미가 없다"면서 "주말 안에 뭐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다음 주 초에는 협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이 응하지 않으면 결국 본회의도 안 잡히고 추경 처리도 안 된다. 거의 마지막 단계인데 하루 이틀 더 밀린다고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면 안 된다"면서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을 배제한 단독국회 소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강조했다.
협상이 공전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상호 공격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단순히 국회를 여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왜 국회를 열어 무엇을 하느냐가 기본"이라며 "빚더미·일자리 조작 추경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실정 청문회"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단독국회 운운하는 것은 당근과 채찍으로 제1야당을 길들여보겠다고 하는 매우 불쾌한 방식의 협상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다 잘했다고 생각해서 우리가 이러는 것(유감 표명까지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협상 노력을 해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황교안 대표가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과도하고 경직된 가이드라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오는 8일 취임 한 달 째를 앞두고 "시험장에 들어가야하는데 시험장 밖에서 자꾸 배회하는 것 같다"며 아쉬운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민생이 정말 급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책 마련을 위해 추경을 처리하는 것이 급한데 자꾸 (한국당의) 과도한 요구로 국회 정상화가 발목 잡히는 게 몹시 속상하다"고 말했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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