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이 한미 정상의 공감대를 발판으로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실제 어떤 방식으로 지원이 검토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8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정부가 협력을 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 추진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한 겁니다.
정부는 지난 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보고서에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지원 검토 기류를 본격화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함에 따라 '정상 차원'에서 미국의 지지도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대북 식량지원의 방식과 시기,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상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규모, 시기, 방식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며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습니다.
현재로서 정부의 지원 방식은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가 많이 거론되지만, 당국 차원의 직접 식량 제공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결정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 속에서 실제 집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는 남북간 직접 협상을 거치지 않고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정부가 공여금을 내는 방식입니다.
최근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방안인데다,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내부 의결까지 했다가 실행하지 못했다는 '명분'도 있다는 평가입니다. WFP와 FAO가 보고서에 담은 '인도적 개입' 요청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아울러 2017년 교추협 결정의 이월 시한이 끝났기 때문에 지원 규모나 용처 등은 조정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800만불 공여라는 말은 일단 없어졌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국제기구 공여는 간접적인 성격이 있는 만큼, 과감한 대북 '드라이브' 차원에서 정부가 과거와 비슷한 직접 식량지원을 검토할 수 있지 않으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2∼2005년, 2007년에 연간 30만∼50만t의 쌀 차관을 북한에 제공했습니다. 북핵위기가 고조된 2006년에는 쌀 차관은 없이 수해 지원 명목으로 쌀 10만t을 무상지원했습니다.
직접 지원을 위해서는 남북간에 규모 등을 협의해야 하는데, 남북관계가 정체된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대북 직접 식량지원은 국내 곡물 수급 과포화와 보관비용 등의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WFP·FAO 보고서 발표 직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나서며 대남·대미 강경 태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남측의 직접 지원을 수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이 굉장히 좋은 카드이지만 그냥 썼다가 북한이 거부하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일단 800만 달러 공여안을 추진하면서 나머지는 추후 북한과 협의해서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