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병원비 명목으로 북한이 내민 청구서에 서명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현지시간으로 29일 말했습니다.
북한은 1·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청구서 문제를 꺼내지 않았지만 향후 북미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습니다. 미국 사회 내에서도 미국인 인질에 대한 '몸값 지급'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 6월 평양에 들어가 웜비어를 데리고 나온 윤 전 특별대표는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웜비어 석방 과정에서 200만 달러(한화 23억원)를 청구했으며 자신이 청구서에 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관인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건 무엇이든 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북측에서 20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하자마자 나는 내 상관이었던 틸러슨 장관에게 물어봤고 그는 내게 '좋다, 어서 서명하라'라고 빠르게 답변을 줬다"고 답했습니다.
윤 전 특별대표는 틸러슨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을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내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어본 건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2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서명을 했으면 지급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내 생각은 '그렇다'이다"라면서, "서명했으면, 지급을 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다른 정부에 약속한 것이면, 내 생각에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윤 전 특별대표도 북한의 청구서 제시와 미국의 서명을 인정하면서 미국에서는 미국인 인질에 대한 '몸값 지급'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 인질 석방 과정에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건넬 의사가 없이 청구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해도 '몸값 미지급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든 청구서에 서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북미협상에서 이 문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CNN방송은 내다봤습니다.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1·2차 정상회담에서는 '웜비어 치료비' 문제를 꺼내지 않았지만 어느 시점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윤 전 특별대표에게 청구서를 건네준 것이 북한 외무성이고 외무성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영향력을 강화하고
볼턴 보좌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정부를 떠나면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에 대한 기억이 달라지기도 한다"고도 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이 지칭한 인물이 윤 전 특별대표인지 틸러슨 전 장관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윤 전 특별대표의 이날 인터뷰는 볼턴 보좌관의 전날 발언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