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대외 활동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다음 행보에 눈길이 쏠립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회담을 가졌습니다.
집권 후 6년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정상외교전에 뛰어든 김 위원장이 중국·남한·미국에 이어 러시아로도 정상외교 반경을 넓힌 겁니다.
그의 다음 행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상반기 방북해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에게 방북 초청에 대한 수락을 얻어냈습니다.
당시 북한 매체는 시 주석이 '방북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혀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인 수준까지 진전됐음을 시사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미 4번이나 방중했음에도 시 주석은 집권 후 북한을 찾은 적이 없습니다. 외교 관례로 볼 때도 다음 차례는 시 주석의 방북이 될 가능성이 크고, 북한도 시 주석의 방북 성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0월 신중국 창건 70주년 행사 때 김 위원장이 다시 방중하려면 그 전에 (북한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시 주석의 방북"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다음 정상회담 상대가 시 주석이라면, 일단은 대미 장기전 속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버티기'에 무게를 싣고 이를 위한 동력과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정상회담은) 제재와 관련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링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는 길의 정당성을 주민에게 보여주는 의미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중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 북중러 간 최고위급에서 긴밀한 소통이 이어지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난 후 곧바로 중국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에게 북러회담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안전판 역할을 해줄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포석을 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의한 남북정상회담에 응해 조기에 남·북·미 협상 트랙으로 복귀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남측의 북미협상 중재 의사에도 북한이 최근 소극적인 대남 태도를 보여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분석입니다.
문 대통령도 27일 열린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 영상 메시지에서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교체한 데 대해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총괄하는 (김영철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분리하고 북미회담은 국제적 판으로 끌고 가는 식으로 프레임을 바꾸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북한은 '외교 다변화'를 통한 우호적 대외 환경 마련하기도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해 양자 정상회담을 하며 국제적 보폭을 넓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러 직후 박명국 외무성 부상은 시리아, 이란, 아제르바이잔, 몽골 등 비동맹 국가 순방에 나섰습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현지시간으로 어제(28일) 국영 IRNA통신에 "북한을 곧 방문하려고 준비 중이고 시점은 곧 발표될 것이다"라고 밝히는 등 전통적 우호 국가들과 북한이 당분간 교류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편, 김 위원장이 한·미·중·러 정상을 만나 주변 주요국 중에서는 일본만 남았다는 점에서 북일정상회담 개최 시점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아베 신조
그러나 북미협상이 교착된 현시점에서 당장에 북일 회담이 개최되기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