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오늘(25일) 오전 '팩시밀리' 방식을 통해 사보임(사임과 보임의 준말) 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통상적으로 각 정당은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할 때 국회 의사과로 직접 사람을 보내는 '인편 제출' 방식을 택해 왔기 때문입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이처럼 팩스 제출을 택한 것은 당내 바른정당계에 의해 인편 제출의 길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하태경 의원 등은 전날 오후부터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한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 신청서가 접수되는 국회 의사과를 점거했습니다.
실제로 전날 당 관계자가 국회 의사과에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하러 왔다가 유의동 의원에 막혀 발길을 돌리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또 당사자인 오 의원은 현장에서 "김 원내대표가 어떤 의도로 당을 분탕질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사보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바른정당계 의원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의사과에서 사보임 신청서 제출을 막았고, 이날 오전에도 8시 30분부터 의사과에 집결했습니다.
물리적으로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결국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인편 제출 대신 팩스 제출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습니다.
사보임을 막으려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사보임을 관철하려는 당 지도부가 '007 작전'과 같은 은밀한 방식을 택한 모양새입니다.
사보임 신청서 제출은 '인편이나 정보통신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 요청 사유서에서 "교섭단체의 상임위 운영을 고려해 오신환 의원을 사임시키고 채이배 의원으로 보임하고자 하니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의 '팩스 제출'은 비단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뿐 아니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당내 이견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로 인해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격화하면서 사실상 분당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 의원의 사보임 신청서가 팩스로 제출된지 약 1시간 30분만에 이를 허가했습니다.
오 의원 대신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회관 사무실에 감금당했다가 6시간 만에 가까스로 탈출한 '촌극'도 빚어졌습니다.
한국당 의원 11명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채 의원의 사무실에 머물면서 채 의원의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 출석을 막았습니다.
채 의원은 지속적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직접 112에 신고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
채 의원은 오후 3시 15분이 돼서야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와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의원회관을 빠져나왔고, 곧장 국회 본관으로 이동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안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직행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