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제재 장기화에 맞서 자력갱생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 내내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박봉주 내각 총리를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늘(11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을 소환, 보선하였다"고 언급한 뒤 "박봉주 동지, 리만건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하였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노동당의 전문부서를 맡는 부위원장을 내각 총리가 겸임토록 하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이 총리를 교체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박 총리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 "기존에는 당 부위원장이 내각총리를 겸임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는데, 김정은 위원장 시절에는 약간 변동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박 총리는 2003∼2007년 내각 총리를 지낸 뒤 2013년 4월 이후 또다시 내각을 통솔하며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을 관장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박 총리를 교체했다면, 대북제재 영향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경제건설 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80세로 연로한 박봉주의 나이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경제시찰 과정에서 내각의 업무태도를 여러 차례 질타한 바 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자력갱생에 맞는 경제정책 관철에서, 능력 문제라기보다는 박 총리의 연로한 부분 등이 고려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보다 젊은 세대로 총리를 교체한 것 같다"고 관측했습니다.
전원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국가지도기관 구성안'을 결정해 오늘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했기 때문에 총리 교체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또는 내일 오전 공개될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돌연 정치국 위원으로 발탁된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이 박봉주 후임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재룡은 이날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된 인사 명단 맨 앞에 호명돼 높은 서열을 드러냈습니다. 또 박봉주가 위원을 맡고 있던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도 선출됐습니다.
김재룡은 평북도 당 비서, 자강도 당 비서 이외에 별다른 이력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강도는 북한의 1990년대 후반 경제난 타개 슬로건인 '강계정신'의 발원지인 만큼 자력갱생과의 관련성 때문에 발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박 총리가 맡아오던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김재룡이 진입했다는 언급은 없고, 박봉주의 상무위원 직위에 변동이 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입니다. 박봉주가 당 부위원장으로 옮겼기 때문에 정책적 신임 자체는 여전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군수공업부장을 하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옮겼던 리만건도 당 부위원장 및 부장에 복귀하고, 정치국에서도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도 포함됐는데 당내 어떤 전문부서를 맡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과학교육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가운데, 인재양성을 책임진 태형철 김일성종합대 총장 겸 고등교육상이 노동당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도 파격적 기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은 군부를 대표해 정치국 위원에 들었지만, 상무위원까지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이 밖에 최휘·박태덕 당 부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정치국 위원에 보선됐습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의 '손발' 노릇을 하는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제1부부장,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대외경제 부문 실세인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또 다른 내각 부총리인 김덕훈도 정치국 후보위원에 들어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역점지역인 강원도를 책임지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도 수행했던 박정남 강원도 당위원회 위원장과, 리히용 함경북도 당위원회 위원장도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습니다.
군수경제 총괄 기
노동당은 이번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 7명, 후보위원 6명 등 13명을 새로 뽑았습니다. 위원에서 내려온 인사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정치국 구성원이 김 위원장을 포함해 29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