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철도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러시아 간 협의체를 구축하고 합작물류회사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보고서가 최근 나와 눈길을 끕니다. 북한을 지나 유럽 대륙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일종의 '철도 로드맵'인 셈입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시베리아철도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는 향후 시베리아 횡단철도(Trans Siberia Railroad·TSR)를 활용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TSR은 부산-원산-두만강-하산-이르쿠츠크-모스크바로 이어지는 총 길이 1만1061㎞의 세계 최장 철도망입니다. 유럽-아시아를 연계하는 최단 육상 교통망이기도 합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신북방정책을 제시하며 "한국의 철도가 북한을 넘어 시베리아 철도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한·러 철도망 연결 프로젝트이자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에는 TSR 활성화를 위해 한국 러시아가 함께 '합작물류회사'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끕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를 기반으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종합물류회사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내 항만(부산항)을 출발해 러시아의 극동항(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등)에서 환적한 후 TSR을 이용해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물류사업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한·러 합작물류회사는 한국과 러시아의 순수 민간기업간의 합작으로는 추진하는 방안보다는 한국과 러시아의 철도물류관련 '공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의 합작법인이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이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국내기업들의 공동대처를 통해 물량을 확보해 가격 협상력 제고 필요하며 러시아 극동지역의 개발을 촉진해 경제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며 "한·러 합작물류회사의 잠재적 주주에는 주요 물류기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TSR을 이용해 러시아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열차 노선은 30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핀란드, 폴란드, 독일,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등 CIS국가들과 연계해 운영 중입니다.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운송시간은 약 30일 정도로, 이는 해상운송보다 약 20일 단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유럽의 궤간 차이로 인해 환적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과 러시아 간 'TSR 협의체'를 구성해 단계적 추진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일례로 한국·러시아 협의체를 구축해 광궤(러시아)와 표준궤(한국)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공동 연구 수행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운송을 위한 궤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궤간가변대차 등 관련 부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보고서는 "한국과 러시아간 TSR 협의체를 구성하여 기술협력, 연구, 관련 실증 사업 등을 공동으로 수행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의 TSR 연결 수요가 커지면서 남-북을 잇는 동해선 복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동해선이 연결되면 부산에서 오는 수출물동량이 강릉-제진 구간을 거쳐 북측 금강산청년선, 평라선 구간의 북측 철도를 타고 올라가서 나진-하산을 통해 TSR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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