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원내지도부 교체를 내심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그간 너무 '잘 싸워 온' 탓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협상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10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누가 새 원내대표가 되든 김성태 원내대표보다는 낫다"고 입을 모았다. 김 원내대표의 잦은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에 원내 지도부간 협상이 대개 난맥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당 새 원내대표 후보로 등판한 나경원 의원과 김학용 의원 모두가 당내 통합이나 대여 투쟁에 있어 김 원내대표보다는 중도적이고 온건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 상반기 뜨거운 정쟁으로 치닫을 국정조사 정국을 맞으려면, '싸움꾼'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속히 선수교체 되어야 할 상대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 하에서는 대화가 안되니 협치란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3선 중진 의원은 "나경원 의원이나 김학용 의원 둘다 강한 그립을 쥐는 독불장군 스타일이 아닌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보다 협상 상대로 맞기에 수월하다"며 "김성태 원내대표가 2019년도 예산안 처리를 계속 파투놓다가 결국 자기 지역구 예산을 잔뜩 당겨가는 것만 봐도 (그는) 기승전-지역이다. 자기 정치의 제왕인 것"이라 평가했다. .
물론 협치를 위해 중요한 것은 홍영표 원내대표와의 '궁합'이다. 3선의 중진 의원은 "사실 나경원 의원과 김학용 의원 둘다 출신이 원래 비박 계열인데다 탄핵파여서 두 후보 색채가 비슷하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결국 홍영표 원내대표와의 '케미'(궁합)가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같은 노동계 출신 원내대표로서 '코드'가 맞을 것이라는 초반의 기대와 달리 실제 원내 지도부 간 협상은 파행으로 치닫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물론 예상했던대로 강성이었지만 임기후반에는 당권도전이라는 본인 야욕이 함께 섞여 들어가며 협상과정에서 자기 정치를 위해 더 센 막말과 파투를 일삼는 바람에 정말 감당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이 당선될 경우 보수정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인만큼, 강성 대 강성으로 뒤틀려왔던 원내지도부 협상이 다른 국면을 맞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당의 원내지도부 교체가 민주당 원내지도부 협상력의 강화라는 반사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김 원내대표의 습관적인 국회 보이콧과 돌발적인 야수성에 홍 원내대표가 협상의 주도권을 틀어쥐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다. 홍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 인터넷 전문은행특례법 등 중요한 협상 국면들에선 김 원내대표의 심사를 틀지 않기 위해 부러 민주당 아침회의 모두발언의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이를테면 지난 9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규제프리존법과 함께 '패키지딜' 처리했던 것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수 접고 들어간 수'로 꼽힌다. 한 3선 중진 의원은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한국당 역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여론으로 말미암아 당시 감히 반대할 수가 없는 법안이라 굳이 패키지딜 처리 할 필요가 없었던 카드'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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