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가 싶다" 설레는 이산가족들…양손엔 선물보따리

북측 가족과의 상봉을 하루 앞둔 오늘(19일) 이산가족들은 설레고 흥분된 표정으로 강원도 속초에 집결했습니다.

오늘 속초 한화리조트에서는 오후 2시부터 이산가족들이 속속 당도했습니다. 이민가방 같은 대형 트렁크에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로비에서 기다리던 지원인력들이 이산가족과 동행한 가족에게 등록을 도와주고 방 번호 등을 안내했습니다. 이산가족 중에는 고령으로 귀가 어두운 이들이 많아 본의 아니게 고성이 오가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북측의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는 백민준(92)씨는 "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들이 나보다 먼저 갔다고 한다. 그래도 그 소식이라도 들은 게 어디냐"라며 "건강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며 상봉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조카를 만나는 이병주(90)씨는 "죽지 않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카가 벌렁벌렁 기어 다닐 때 보고 이제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함께 형 관주(93)씨와 함께 상봉에 나서며 파란색 중절모를 같이 쓰고 왔습니다. 이들은 옷과 시계 등의 선물 보따리를 7개나 준비했다며 손리어카도 하나 가져왔다고 동행한 가족이 전했습니다.

조카 등을 만난다는 김동선(92)씨는 '부모 형제들 언제 돌아가시고 어디에 묻히고 제사는 잘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며 "옷이 귀하다고 해서 선물로 많이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동생과 제수를 만난다는 함성찬(93)씨는 가족들 생사를 확인하게 돼 좋았다면서"무슨 꿈인가 했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산가족들은 저마다 생필품과 의류, 영양제, 화장품, 초코파이, 양산 등의 선물을 한가득 들고 나타났습니다.

한화리조트에서는 국내외 언론의 취재 경쟁으로 북새통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산가족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수십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등록 절차를 마친 이산가족들은 오후 늦게 1시간 정도 방북 교육을 받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이산가족들과 만나 환담할 예정입니다.

이산가족 중에 고령자가 많은 만큼 오늘 저녁에는 간단한 건강 점검도 이뤄집니다.

이들은 내일 (20일) 오전 일찌감치 식사하고 오전 8시40분 북측 가족을 만나러 가는 버스에 오릅니다.

고성을 거쳐 통행검사를 받고 이산가족면회소가 있는 금강산으로 향하며 오후 3시에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의 형식으로 눈물의 재회를 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