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창원지법 박상언 부장판사를 소환해 조사 중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던 박 판사가 오늘(16일)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2년간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 방안', '인터넷상 법관 익명게시판 관련 검토'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자발적 모임에 대한 견제방안 문건을 주로 작성했습니다.
2016년 3월 작성한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문건에서 여러 개의 연구회에 가입한 경우 신생 연구회에서 탈퇴시켜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자연스럽게 와해시키는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사모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지속적 견제는 최근 재판거래 의혹 수사로 번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했습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이나 판사 소모임 구성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법원이 자체 진상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 문건이 발견됐고, 이로 인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상고법원 추진사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문건도 작성했습니다.
그는 이 문건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을 언급하며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사건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검찰은 박 부장판사가 구상한 법관모임 견제방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행된 점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방침입니다.
출석 예정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모습을 드러낸 박 판사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진술하겠다”는 대답만 내놓았습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과 수석부대변인을 각각 지낸 정태원·노영희 변호사를 불러 법원행정처의 대한변협 압박 정황을 보강 조사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에 반대 목소리를 낸 하창우 전 회장이 2015년 2월 취임하자 사건 수임 내역을 뒷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압박 수단을 구상하고 일부 실행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노 변호사는 "2014년 8월 대한변협이 상고법원 관련해 반대 취지의 성명을 낸 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다시 태어나야 함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수뇌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