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이 나온 지 오늘로 딱 100일째입니다.
그런데 선언문에 담긴 종전선언 이행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고 남북미 대화 분위기도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정치부 황재헌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질문 1 】
앞서보신 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회담 제의를 리용호 외무상이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유가 뭘까요?
【 기자 】
이에 대해 외교 당국자가 한 말이 있습니다.
어제 행사장에서 강 장관과 따로 만난 리 외무상이 거절을 하면서 "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표는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최고지도자가 정해준 입장을 가지고 국제회의장에 오니까 이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고 볼 수 있죠.
앞서 북한 입장에서 봤다시피 북한은 종전선언을 가장 원하고 있죠, 그리고 그게 늦어도 정전협정 기념일 7월 27일까지는 될 줄 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이뤄지지 않았으니 섣불리 남측과 만날 수 없다 이게 리 외무상이 전하는 북한의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1-1 】
그러면서도 이산가족상봉 같은 행사는 북한이 시원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 기자 】
전형적인 투 트랙 전략으로 보입니다.
비핵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외교장관 양자회담은 거부하지만 그 외 판문점 선언에 적힌 후속조치는 적극적으로 임하는 거죠.
미국에게도 유해송환은 적극적으로 해주는 것과 결이 같은 입장인데요, 우리가 이쪽은 적극적으로 해주니 종전선언을 빨리해달라는 속내가 담겼습니다.
【 질문 2 】
4월 판문점 선언할 때만 해도 종전선언 정말 빨리할 줄 알았는데 100일 뒤에도 남북미의 가장 큰 관심이 종전선언이 됐습니다?
【 기자 】
각국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요, 준비한 표를 보시겠습니다.
북한은 말씀드렸다시피 종전선언을 원하고 있고 실제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은 "종전선언 안 하는 건 아닌데 전제 조건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시설 해체 같은 건 부족하고 더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서로 먼저 패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죠.
【 질문 3 】
결국, 또 우리가 중재해야 되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외교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우리나라도 올해 안으로 종전선언을 하는 걸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이를 원하고 있고 그렇다면 미국과 우리나라가 의견을 좁혀야겠죠.
우리 정부는 이번 ARF를 사실 좋은 기회로 여기고 남북미 대화의 장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은 실패한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아예 종전선언의 문구까지 만들어서 북미 양측에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이런 보도도 많이 나오고 있죠.
미국의 우려를 없애려고 종전선언문 문구에 북한의 비핵화를 명시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 질문 4 】
3차 남북정상회담이 또 큰 분수령이 될 것 같은데 언제 열릴지 전망이 어떻습니까?
【 기자 】
판문점 선언문에 보면 다음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서 '올가을'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휴가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에도 '8월 말 가을 정상회담' 계획이 있고 참모진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시기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인데요,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았습니다.
때문에 '가을 정상회담'은 8월 말, 9월 말, 10월 중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8월 말은 9월 18일 시작되는 유엔총회를 고려한 일정이기도 한데요.
우리 정부는 3차 정상회담을 하고 곧이어 유엔총회에 김정은 위원장이 와서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거기서 종전선언을 하는 걸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사적인 만남이었던 1차 그리고 조금은 즉흥적 만남이었던 2차에 이어 3차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비핵화 조치 등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 앵커 】
시간이 많지 않네요. 곧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물밑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황재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