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을 도출하고 핵실험장 폐쇄를 공언하는 과정에서 보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언론 친화적'(프레스프렌들리) 언동에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정상회담 당일 남측의 언론을 의식하는 행보를 여러차례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에게도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
방명록 작성에 이어 기념촬영이 끝나자 "잘 연출됐습니까"라며 취재진에 짐짓 여유를 부렸고, '판문점 선언' 공동 발표 말미에는 "우리의 역사적인 만남에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표시해준 기자 여러분들께도 사의를 표합니다"라고 예를 갖췄습니다.
이런 모습은 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 폐쇄 시 대외적으로 공개하겠다고 약속할 때도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한미 전문가'와 함께 '언론인'을 콕 찍어 핵실험장 폐쇄 발언을 한 것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대내외에 더욱 확고하게 밝힘으로써 그 진정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했음에도 국내 보수 진영과 미국 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 위원장의 진의에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언론에 직간접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한편, 핵실험장 폐쇄 장면까지 생중계로 보여준다면 그런 의심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와 같은 언론 관련 발언과 태도는 스위스 유학 경험에 영향 받은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방 국가에서 지내며 여론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을 보고 느낀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비핵화 국면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에게 우호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 선언을 발표할 때 문 대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서구에서 유학했다는 사실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가장 큰 차이"라면서 "그 점이 김 위원장의 '언론 친화적' 행보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