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일찌감치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열기가 조기에 달아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여전히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도전자인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연일 정책공약을 쏟아내며 경선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지만,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박원순 현 시장이 정면대응하지 않고 '로키' 행보를 이어가는 데 따른 것입니다.
3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은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오직 시정에만 집중하며 공식적인 선거 행보를 극도로 자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시정 공백 최소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현역 시장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됩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시정에 집중하자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라며 "당분간은 '조용한 캠페인'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박 시장은 이미 최측근 인사들로 구성된 '박원순 캠프'를 차리고 물밑에서 긴밀히 움직이는 중입니다.
지난 시장 선거 때 사용했던 종로구 안국빌딩에 조만간 캠프 사무실을 다시 차리고 대변인 등 극소수의 캠프 인사도 배치할 예정입니다.
박 시장은 가급적 최대한 늦게 서울시장 직무정지를 신청함으로써 선거운동을 매우 압축적으로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박 의원과 우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선언 이후 쉴 새 없이 공개 행사를 벌이고 공약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본선 경쟁력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각각 차별화한 정책공약 시리즈를 발표하는 것과 별개로 최근 들어서는 미세먼지 대책 등을 고리로 '박원순 견제'에도 협공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좀체 박 시장을 '링'위로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지 않는 데다 개헌과 남북·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정치·외교 이벤트가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박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도 뚜렷한 변화가 없는 형국입니다. 지금까지는 '판 흔들기'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잠행 중인 박 시장을 상대로 두 의원이 '섀도복싱'만 하다 일찌감치 기력을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두 캠프는 이번 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등판이 소위 '박원순 대세론'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 위원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에게 범야권 후보를 양보했고, 박 시장은 50%대에 달하던 안 위원장의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하며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이 '박 시장은 안 위원장에게 빚이 있다'며 안 위원장의 본선 상대로 박 시장 보다는 자신들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선 안 위원장이 7년 전의 '통 큰' 양보를 내세워 공세를 펼치면 박 시장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안 위원장이 나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박 시장이 매우 불편해지는 것이고, 수세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 의원도 "안철수의 등장은 박 시장에게 가장 불리하다"며 "그에게 빚이 있는 만큼 아무래도 박 시장은 공세적인 선거운동을 하기는 난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박
박 시장 측 핵심 관계자는 "당 내부든 외부든 어떤 변수를 내세워 흔들려고 해도 일단 시정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며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안철수를 상대로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는 당원과 서울시민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