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21일 "변호인은 심문기일에 출석하겠다"며 법원에 의견서를 접수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6기)는 이 전 대통령 없이 검찰과 변호인만 참석한 채 영장심사를 하거나 서류심사로 대체해 영장 발부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 "박근혜보다 죄질 나빠" VS "혐의 대부분 사실과 달라"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각각 "대통령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죄질이 더 나쁘니 구속해야 한다", "혐의 대부분 사실과 달라 불구속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구속영장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권력형 부정축재' '예산 사적 유용' '권한 사유화'를 했다고 지적했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때에도 그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측근의 사익 추구를 도왔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두 사건 모두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같지만 검찰은 특히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자기 자신을 위해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일례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95년 7월부터 2007년 7월까지 12년 간 다스 법인카드를 총 1796회에 걸쳐 4억원 가량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명목상 권한이 없는 회사 자금을 호텔이나 식당, 주점, 병원, 백화점, 등에서 월평균 280만원씩 가져다 쓴 셈이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하지 않으면 향후 수사와 재판에 출석을 거부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중형선고가 예상돼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도망갈 가능성이 있다"며 더 강하게 압박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피의자에 대해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 결정적 자료 낼까
이 전 대통령 측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 여부와 별개로 재판에서도 내내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얼마나 결정적인 증거 자료를 더 내놓을지가 관심이다.
이 전 대통령은 8개 혐의 중 뇌물 혐의액만 110억원에 달한다. 뇌물 혐의는 구체적으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민간금품 수수 등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이 중 국정원 특활비 수수만 2008~2011년 네 차례에 걸쳐 이뤄졌는데 이 전 대통령은 한 건에 대해서만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2011년 9~10월경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서 국정원 예산 10만달러(1억여원)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가 이 돈에 대해서만 시인한 배경에 검찰 안팎의 관심이 많았는데, 돈을 청와대 안(관저 내실)까지 들여온 사실이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머지 세 건의 특활비는 구체적인 수수 장소나 방식이 확인되지 않거나 청와대 밖이라고만 특정됐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배달사고 등 다른 가능성을 거론하며 "모르는 돈"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이현정 기자 /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