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오늘(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대통령 개헌안에는 1987년 개헌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거치면서 새롭게 대두한 기본권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또 현행 기본권에 대해서도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개선안이 마련됐습니다.
삭제된 조항부터 신설된 조항까지 오늘 공개된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①생명권·안전권·주거권·건강권·정보기본권 신설
먼저 세월호 참사와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했습니다.
사실 현행 헌법 조문에 생명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생명권은 현재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인정돼 오던 생명권을 이번 개헌을 통해 명문화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한 것입니다.
아울러 현행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강화했습니다.
정보기본권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개헌안에 포함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알 권리'와 자신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열람하고 수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의 예방·시정에 관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했습니다.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도 신설됐다. 이는 국가에 성별·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 의무를 지워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현행 헌법은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보호권을 명시하지 않고 복지정책의 대상이나 보호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등은 복지의 대상이 아닌 기본권의 주체이므로 이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개헌안에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으며,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변경해 사회보장을 실질화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과 국민의 건강권이 신설됐습니다.
또 사회적 약자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②노동자 권리 강화 등 현행 기본권 개선
대통령 개헌안에는 기존의 헌법에 명시돼 있던 기본권을 개선하는 내용도 비중 있게 포함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한 부분입니다.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20일 기자들을 만나 "현행 헌법은 근로자의 노동 3권을 행사하는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에 한정하지만 개헌안에서는 그 범위를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의 보호'로 확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하는 한편,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게 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생활 균형'에 관련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하고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습니다.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는 '노동'으로 수정했습니다.
일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지 않은 점도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등을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 명 시대의 우리 사회 모습을 고려해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직업의 자유·재산권 보장·교육권·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국가안보와 관련한 권리의 주체는 '국민'으로 한정했습니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해 "국가가 나서서 돈을 써서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경우에 그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면 곤란하지만 맞지 않을 권리, 고문받지 않을 권리 등은 천부인권이고 국가 이전에 존재한 권리로 보장해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습니다.
③검사의 영장청구권 등 삭제되는 헌법조항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현행 헌법조항 중 검사의 영장청구권 등 일부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 규정을 두는 나라가 없다"며 "이에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청구 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 수석은 "형사소송법에 영장청구권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국회가 결정할 몫"이라면서 "국회에 현재 사개특위가 마련돼 있는 만큼 거기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수석은 "헌법에 검사 영장청구권이 유지되면 그 논의가 불가능하지만 삭제된다면 해당 논의가 개시될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영장청구 주체가 바뀌기 전까지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유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신헌법에서 처음 도입된 군인 등의 국가배상 청구권 제한 조항은 명백하게 불합리한 차별인 만큼 삭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군인이 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받은 손해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나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④직접민주주의 강화…국민발안·국민소환제 신설
대통령 개헌안에는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대거 포함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의 신설입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이며,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헌법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회의원과 교육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소환이 인정됩니다.
현행 헌법에 국민소환제가 포함되지 않은 탓에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국민이 국회의원 직무수행의 책임성을 실현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주민소환제를 운용한 경험에 비춰볼 때 오남용의 위험성도 적다는 의견이 제시돼왔습니다.
현행 헌법은 국민발안제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과거 1954년 헌법에 '헌법에 대한 국민발안제'만 규정된 바 있습니다.
현행 헌법 제52조는 법률안 제출권은 국회의원과 정부에 부여했으며, 헌법개정안 제안권은 현행 헌법 제128조에 따라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만 부여돼 있습니다.
국민발안이 인정되지 않은 탓에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국회에서 입법발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에 인터넷 등의 발달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입법이 필요함에도 국회가 발의나 통과에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는 법률안이 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입법함으로써 대의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발안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