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주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자마자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가 탄생했다. 1990년생. 만으로 27살인 신지예 녹색당 후보다.
신지예 후보는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에선 30세 당 대표 예서 클라버르가 이끄는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켰고, 뉴질랜드에선 오클랜드 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23세 클로에 스워브릭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20일 종로구 옥인동 녹색당사에서 만난 신 후보는 '돌풍'을 얘기했다. 우리도 외국처럼 젊고 새로운 정치인이 나서 기성 정치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후보는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한국 정치는 바뀌지 않았으며, 내 삶의 문제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표가 무서워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는 게 바로 적폐"라고 말했다.
그는 '흔한' 20대는 아니다. 중학생 때 두발 단속에 의문을 품으면서 대다수가 가는 길에서 벗어나게 됐다. 머리 길이를 강제로 정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찾아본 중고생 두발 단속은 일제강점기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이후 생각이 비슷한 학생을 모아 두발 자유 운동을 했고,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에는 가지 않았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곳은 '이야기꾼의 책 공연'이라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4년간 일하며 동화책을 매개로 한 공연·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
사회적 기업도 이윤 창출을 위해 허덕여야 한다는 한계를 느끼고 2013년엔 '오늘공작소'라는 청년단체를 차렸다. 한 달에 이틀간 일하고 3만엔(약 30만원)쯤 버는 비즈니스를 개발해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는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3만엔 비즈니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늘공작소' 청년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가이드를 하거나 블루투스 스피커·3D 프린터를 제작하는 등 각자의 특기를 살린 '50만원 비즈니스'를 시도했다. 1976년 지어진 마포구 낡은 주택인 '부흥주택'을 빌린 뒤 개조해 청년 작업실로 쓰는 프로젝트도 벌였다. 월세 8만∼10만원짜리 방 몇 개를 빌려 높은 월세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입주하도록 했다.
신 후보 공약의 핵심 문구는 '소유하지 않아도 마음 편한 서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평등한 서울'이다.
신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 때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적이 있다. 지금은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당원 찬반투표에서 찬성 95.
신 후보와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자인 오수경 씨 등 녹색당 6·13 지방선거 도전자 16명 중 13명이 여성이다.
신 후보는 앞으로 거리에서 만나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듣고 이들의 목소리를 '화끈하게' 내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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