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지난달 15일 올라왔다. 13일 오후 4시 현재 26만6000여 명이 이 청원에 동의한 가운데 청원의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청와대 답변을 얻을 수 있는 '20만 명 동의' 기준을 마감기한 내 이미 충족시켰기 때문에 향후 이 청원에 대한 청와대 공식 입장이 나올 예정이다.
청원자는 "최저시급 인상 반대하던 의원들부터 최저시급으로 책정해달라"며 "최저시급을 받는 노동자들처럼 점심 식사비도 하루 3500원으로 지급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랏일을 제대로 하고 국민에게 인정받을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철밥통 그들도 이제는 최저시급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청원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최근 최저임금 시급이 오르면서 떠오른 최저시급 이슈와 평소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불만이 합쳐진 것"이라며 "이번 청원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월급을 스스로 책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청와대는 국회의원의 세비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수 없다. 지난 1974년 국회가 제정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회가 직접 국회의원의 세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해당 법률의 목적은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하는 데 있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 1명에게 현재 지급되는 연봉은 기준 상여금을 포함해 1억3796만1920원(월평균 1149만6820원)이다. 여기에는 기본급 개념의 일반수당(월 646만4000원)과 입법활동비, 관리업무 수당,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명절휴가비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 의정활동 경비와 가족수당, 자녀 학비 등 각종 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수령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정부 관계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의회주의의 종주국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스웨덴, 일본, 대만 등 외국 의회 의원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민의 삶이 핍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들의 세비를 삭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여야가 팽팽히 대치하다가도 세비는 언제 왜 올렸는지 모르게 꼼수 인상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 세비는 1인당 국민소득의 5.27배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하지만 세비 대비 일을 얼마나 잘하는 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였
이 팀장은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에 낮아 세비 문제가 이번에 더욱 부각된 것이지, 이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꾸준히 제기됐다"며 "외부 위원회에서 의원 수당을 결정하는 등 제도 개선 얘기는 늘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변화의 결실을 맺은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지영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