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VS 국방부 송영무, 대북 제재 대해 엇갈린 입장 '해상봉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도발에 따른 추가 제재안을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간의 엇박자가 연출됐습니다.
해상봉쇄는 적의 해상군사행동(海上軍事行動) 또는 해상경제활동을 봉쇄할 목적으로 타국의 항만(港灣)·연안(沿岸)에 대하여 해면에서 교통을 차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을 사전 검색하는 것을 의미하는 '해상봉쇄'가 거론되는 가운데 두 기관이 상반된 의견을 피력하면서 혼선을 초래한 것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차원에서 해상봉쇄가 논의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단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제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해상봉쇄라는 부분이 언급된 바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있던 비슷한 시간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그런 것이 요구되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딴소리를 했습니다.
송 장관은 나아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범정부 차원의 결론인가'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재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정부가 해상봉쇄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청와대 입장을 전하기 위해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청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을 주무 장관이 부정한 셈입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송 장관 개인의 의견"이라며 "정부나 NSC 차원에서 논의하거나 보고받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고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습니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현존하는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것에 더해 국제사회는 북한을 오가는 해상 운송 물품을 금지하는 권리를 포함한 해상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봉합되긴 했지만 해상봉쇄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이 서로 다른 말을 한 것은 대북 추가 제재안에 대한 정부의 고심이 깊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사상 초유의 미사일 실험을 한 터에 한미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방안 역시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입니다.
여기에는 북한의 반발을 극대화해 한반도 긴장만을 고조시키는 제재안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전략이 읽힙니다. 해상봉쇄 자체가 북한의 목을 옥죄는 방안이지만 검색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입니다.
해상봉쇄로 야기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은 '군사적 옵션'을 만지작거리는 미국에 이를 실행할 가능성을 높여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추가 제재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잇따른 전화통화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기로 했고,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더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기 위한 양국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군사적 충돌 우려에 우리 정부까지 참여하는 해상봉쇄보다 중국이 직접 간여하는 원유중단을 현실적인 카드로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사회를 멈춰 서게 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제재 수단으로 여겨지는 원유 공급 중단은 일차적으로 북중 간 문제로 인식되기에 그만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소지가 작은 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간 대북 원유중단의 필요성을 언급해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화성-15형 도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를 직접 요구했습니다.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북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북한을 올림픽에 참가시켜 긴장수위를 낮추고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나아가 북미 간 북핵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문 대통령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북 접점을 모색할 이런 기회가 단시일 내에 또다시 찾아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창 올림픽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현 상황을 감안하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시기적으로 아쉬움을 남긴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북한이 75일간 도발을 중단하며 한반도 긴장도가 낮아지는 와중에
하지만 북한이 미국 워싱턴까지 겨냥한 미사일 완성을 선언한 상황에서 미국이 실제로 해상봉쇄를 공식 제안해 올 경우 문 대통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현재로써는 미지수입니다. 미국과의 공조가 북한 문제 해결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