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2월 18일 노태우 정부가 '대한민국 어디에도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핵부재 선언 이후 25년만에 한반도 핵무장론이 정치권에서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영토인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한반도 안보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핵무장론 불가피성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당론화에 나서고 있고, 보수야당인 바른정당도 '한미 핵공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한 발 뒤에서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집권여당은 전술핵 배치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친문(친문재인) 외교안보통이 사견을 전제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양손에 쥐고 흔들수록, 한반도 핵무장론은 점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 재배치는 자유한국당이 먼저 불을 지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 회의에서 "지금 코리아 패싱 문제가 등장했는데도 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서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후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도부와 대다수 의견이 찬성하고 있어 핵무장 당론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14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전술핵 재배치는 우리로서는 최대한의 방어수단이다"며 "공포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최적의 수단은 아니지만 한반도의 비핵화 선언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고 단호히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현재 북한이 핵화 미사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선제적으로 비핵화 선언이 무효임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전술핵 재배치 등을 검토해나가는게 앞서나가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간 핵전력 재배치에 대해 침묵했던 바른정당도 이날 '핵전력 한미 공동자산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바른정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핵 공유가 신(新) 안보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핵재배치보다 한 단계 낮은 핵공유론을 들고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신원식 예비역 육군 중장은 "미국을 상대로 전술핵 재비치나 핵무장보다 핵전력 공동자산화가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설득해야 한다"며 "핵 공유는 불안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북한과 주변국에게 강한 억제 효과를 가져다 줄수 있다"고 밝혔다. 신 예비역 중장은 "중장기적으로 과학 기술 발전 추세를 적극 수용해 북핵을 억제하고 위협을 사전에 무력화시킬 새로운 전략 무기 개발을 가속화해야한다"며 "로봇, 무인 기술, 스텔스 기술 등이 결합된 정보 감시 전력이나 비살상 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들고나왔던 핵공유론은 한반도 핵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덜면서도 북핵 억제력을 일정부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남한에 핵이 배치되면 사드보다 더 심각한 중국의 제재가 부과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 타깃이 된다"며 "북한에 대한 보복은 우리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가령 잠수함에 핵을 배치해 미사일로 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재배치론을 들고 나왔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에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에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문 인사로부터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온만큼 향후 안보상황이 급변할 경우 정부와 여당도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어도 북한과의 협상력 제고를 위해 레버리지(지렛대)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청와대와 여당은 박 전 비서관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해 확장 억제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위험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같은 야당의 안보 공세에 "국가 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동시에 북한
[전범주 기자 / 정석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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