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안철수 전 의원이 국민의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낙선자들이 모두 정치 현장에 복귀했다. 보통 1년 이상의 정치휴지기를 가졌던 과거 낙선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2위로 낙선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선 후 41일 만인 지난 6월18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당 대표로 복귀한데 이어 3위 낙선자인 안철수 전 의원까지 당대표 복귀를 선언했다. 4~5위 낙선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계속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선 낙선자들은 정치에 복귀하더라도 1~2년의 칩거기를 가지는 것이 보통의 관례였고 공식이었다. 1992년 치러진 14대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3년간의 영국 외유를 거쳐 1995년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서 정계에 복귀해 대권 4수(修) 등정에 나섰다. 15대·16대 대선의 패자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각각 약 1년의 칩거기와 정계은퇴를 거쳐 당에 복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8대 대선(2012) 패배 이후 당권에 도전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잠행해야 했다. 북방한계선(NLL) 논란, 세월호 참사 등으로 곧 정치 행보를 재개했지만, 당권에 도전한 것은 3년의 잠행을 마친 2015년이었다.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석달도 되지 않아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좁고 지지기반이 작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총재,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확실한 정치적인 자산과 지분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결심하면 언제라도 당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비록 패배했지만 대선 과정에서도 충분히 당선 가능성을 입증했다.
홍준표 대표는 비록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에 나갔지만 당내 지분이 거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으면 후보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친박계가 재정비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기 전에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것이다. 안철수 전 의원은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개헌 논의까지 본격화되는 마당에 당 밖에서만 머무를 경우 개헌과 정개개편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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