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북한 도발 30여시간 만인 30일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시켜 10시간가량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한 번의 출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전쟁 지휘부 등에 융단 폭격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어 북한에 대한 강한 응징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북한도 ICBM에 탑재할 핵탄두의 소형화를 위해 조만간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고, 유엔을 중심으로 대북제재도 가속화될 예정이어서 '8월 한반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지난 28일 밤 11시41분께 기습적으로 자강도에서 고각 발사된 북한의 ICBM급 미사일은 3724㎞를 치솟아 998㎞를 비행했다. 지난 4일 북한이 ICBM인 화성-14형을 처음 발사한 지 24일 만이다. 정상 각도(45도)로 쏘면 1만㎞가량 비행할 수 있다는 게 국방부 분석이다. 발사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다”며 임의 지역과 장소, 시간에 ICBM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사거리가 1만㎞인 탄도미사일을 북한 원산에서 쏠 경우 미국 서부 해안에 위치한 시애틀· LA를 넘어 덴버와 시카고 등 미국 북동부 지역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이 앞으로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이 현실화된다. 이럴 경우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기본 인식과 접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게임체인저'(국면전환)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그동안 깊은 우려와 함께 자제를 요청하고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의했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은 ICBM 발사로 답했다. 북한이 핵 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한 뒤 미국과 평화협정을 놓고 담판을 벌여 한미 동맹의 균열을 도모하려는 것이 김정은의 전략인 셈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무제한적 핵무장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대북 전략을 '큰 틀'에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새벽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며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하고 중국에 통보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약에 북한의 미사일이 ICBM으로 판명된다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의 책임을 중국에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며 "더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쉽게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데, 매우 실망스럽다. 과거 우리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을 통해 한 해에 수천억 달러를 벌 수 있도록 해줬는데 말이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고 역내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의례적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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