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추경'을 끝내 통과시킨 여당은 증세를 놓고 여론전에 돌입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설득해 추경을 통과시킨 만큼, '부자증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도 두 당의 협조만 얻으면 국회 문턱을 넘길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증세안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제쳐두고 야2당을 공략하는 '갈라치기' 전술을 쓸 것으로 보인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변인은 23일 "상위 0.08% '슈퍼리치' 증세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라며 "당과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이번 방안에는 일반 중산층과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증세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증세안이 초고액 소득자와 거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증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다수의 여론에 기대고 있다.
같은 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서민·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결국 초대기업, 초고액 소득자 등 재정 여력이 있는 대상에 부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당·정·청 논의를 통해 공식화하는 과정을 밟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의원입법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내달 기획재정부가 제출할 세제개편안과는 별도로 법인세·소득세 개편안을 여당이 제출·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세제개편안 정부안과 의원안은 국회에서 병합 심의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부담·중복지' 원칙을 갖고 있어 민주당의 설득에 따라 증세안에 찬성할 여지도 있다. 다만 두 당은 여당발 '부자증세'의 세수 효과가 미미하고 포퓰리즘식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증세여서 반대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부자증세로 정부여당에서 명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3조원에 불과한 부자증세로 현재 정부 재정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라며 "증세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조세정의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24일 의원총회를 통해 여당발 증세안에 대해 토론한다.
다만 국민의당은 과거에도 소득세·법인세 인상을 주장해왔었다. 지난해 당 차원 세제개편안에서 국민의당은 소득세 과표 3억원 초과 구간에 세율을 인상(38→ 41%)하고 과표 10억원 초과 구간은 세율을 45%로 신설하는 안을 냈었다. 이는 당시 민주당의 개편안인 5억원 초과 구간에 41%세율을 매기는 것보다 강화된 안이었다.
국민의당은 당시 법인세의 경우도 과표 200억원 초과 구간을 22→24%로 인상하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당시 과표 500억원 초과구간 세율을 25%로 올리자는 민주당의 안보다 강화된 안이었다.
바른정당도 중부담·중복지 원칙을 갖고 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대선 공약 때부터 중부담·중복지와 증세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라며 "법인세의 경우에도 이명박(MB)정부 이전 수준의 증세는 찬성해왔고 소득세 증세 역시 일정부분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증세를 통해 자금 투입이 필요한 경제 취약층이나 사용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증세에 대해서 근본적인 당차원의 찬성이라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공무원 일자리 증대를 위한 증세나 추경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수석부대표는 추경 처리 과정에서 여야 3당 공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추경을 풀어가면서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먼저 합의를 이끌어내고 한국당이 이 합의에 결국 승복하면서 본회의에 참여한 일은 앞으로 정국을 푸는 데 있어서 훌륭한 사례가 될
그는 이어 "협치의 틀로는 여·야·정 협의체를 8월에 본격 가동하고, 8월 25∼26일 당 워크숍을 통해 국정과제를 위한 향후 협력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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