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거들 정체가 뭐꼬. 대구에 다시는 오지마라"
이혜훈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전 대선후보를 비롯한 바른정당 지도부가 19일 대구 동성로에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 한손에 태극기를, 다른 한손엔 원색적으로 바른정당을 비판하는 팻말을 쥔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배신자들 죄받을 끼다. 고마 대구를 떠나고 자폭해라"고 아우성을 쳤다.
민생투어차 1박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을 찾은 바른정당은 행사장 곳곳마다 이러한 반대시위자로 인해 애를 먹었다. 경찰들은 이들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바리케이트까지 쳤으나 험악한 광경은 여러차례 연출됐다. 이 신임 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을 선언한 뒤 처음 찾은 TK의 살벌한 민심에 바른정당은 쩔쩔맸다.
TK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막판 보수층 결집을 통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선 후보를 문 대통령에 이은 2위에 올려놓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선 3달여가 지난 현재 보수층 분열과 집권여당의 선전으로 TK의 정치 판세는 매일 요동치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과 한국당은 엎치락 뒤치락 지지율 경쟁을 펼치며 구애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6월 4주 자유한국당은 TK지역에서 24%의 지지율로 8%인 바른정당에 3배 이상 앞서며 독주 채비를 갖추는듯 했다. 하지만 매주 그 격차를 줄인 끝에 7월 2주차에 두당은 각각 17%의 지지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장은 "자유한국당의 터전인 TK가 기존 기득권을 주장하기엔 해체의 흐름으로 접어들었다"며 "그렇다고 영호남 구도가 둑이 무너지듯 진보 지지로 넘어가긴 어렵고 그 과도기적 단계에서 바른정당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최 모씨는 "TK 지역의 민심은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려있다"며 "젊은층이나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바른정당이 잘되는게 보수가 살아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내지만 부모세대의 반(反) 바른정당 정서 또한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조용했던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젊은층의 정치 참여가 SNS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우스갯소리로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면 바른정당 지지하는게 맞다는 이야기도 심심지 않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반면 40대 직장인 이정훈 씨는 "바른정당에 대해선 아무 관심이 없다"며 "어차피 보수진영 자체가 와해된 마당에 바른정당이라고 대안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바른정당이 규모로는 자유한국당의 1/5에 불과하지만 지지율 싸움에선 비등비등하면서 앞서기도 한다"며 "바른정당이 TK지역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정교하게 잘 짠다면 바른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자유한국당을 압도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구 지역 시민들은 출범 3달째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주부 김금란 씨는 "그만하면 잘하는거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도 어려운 시국에 나라를 맡아 애쓴다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다만 김 씨는 "일부 보수색이 짙은 분들은 우리집이 잘돼야지 남의집이 잘되면 뭐하노라고 볼멘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은 여전히 불만이 많은 듯 하다"고 덧붙였다. 동성로에서 만난 대학생 신현수 씨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편이다"며 "다만 인사청문회나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보여준 아쉬운 모습에 대해선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 7월 2째주 갤럽 조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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