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로 스스로를 정의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의 첫번째 과제로 '적폐청산'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정의는 국민의 분노와 불안을 극복하고 적폐청산과 민생 개혁의 요구를 담아내는 핵심 가치이자 최우선의 시대적 과제"라고 정의하고 100대 국정과제의 첫 번째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선정했다.
정부는 부처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명분으로 반(反)부패·사정 드라이브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되는 방산비리 수사와 향후 진행된 청와대 문건 수사가 이번 정부 반부패·사정 드라이브의 강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 안팎에는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에 불을 붙일 소재가 쌓인 상황이다. 또 방산비리를 고리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유착된 권력형 비리까지 수사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제기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적폐청산에 이어 '2번 과제'로는 반부패 개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 때 운영됐던 반부패협의회를 올해 부활시키고, 내년에는 독립적인 반부패 총괄기구를 설치해 종합적인 반부패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반부패 총괄기구의 설치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반부패 기능과 조직을 분리해 '국가청렴위원회'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권익위를 반부패·청렴 중심 조직으로 재설계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 논의도 공식화했다. 촛불민심을 통해 탄생한 정부인 만큼 개헌을 통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치·사회제도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국회의 개헌특위 논의를 적극 지원하고 ▲국민투표 확대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18세로 선거연령 하향 ▲투표시간 연장 ▲국회의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정당가입 연령제한 폐지 ▲공무원·교사의 정치참여 보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를 헙법기구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인권위의 헌법기구화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다가올 개헌 논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인권위의 헌법기구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헌법기구로 위상이 격상돼야 인권의 중요성이 정권이 바뀌어도 축소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권위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이지만 조직·인사는 행정자치부,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인권위 위상 강화를 추진하는 만큼 군대 내 인권 개선을 위한 군인권보호관도 국방부 내 설치보다 인권위 내 설치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인근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전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정위는 또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을 위해 대통령의 일정을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 실시간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주요 부처 장관들의 일정을 공개하기 위해 각 부처와 협의 중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일정은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등을 조율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고위공직자 검증기준 구체화, 핵심인재에 대한 심층·입체적 인물정보 관리가 강화된다. 인사 추천 과정에서도 투명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특히 정무직 등 주요 직위별 후보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심층 정보수집을 통해 핵심 인재군을 상시 관리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국정위는 과거사의 완전한 청산을 통해 사회 통합을 이루겠다는 국정 목표도 제시했다.
우선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관련법을 제정해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5.18 당시 헬기사격, 최초 발표 명령자, 행방불명자의 소재와 규모 등 남은 의혹을 샅샅이 밝혀내게 된다. 또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전반에 관한 포괄적 진실규명을 위해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개정해, 내년 상반기 중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경찰에 인권문제 개선을 요구한 만큼 '인권친화적 경찰개혁'의 목표도 제시됐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현재 제주도에서 제한적으로 시행 중인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관련 입법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시범 실시를 거쳐 2019년 전국적으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올해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고 내년에 검경수사권 조정을
이밖에 살수차 등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 진압장비는 사용 요건을 올해부터 법규에 명시하고, 경찰 정책과 직무집행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사후 평가할 인권영향평가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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