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기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진용을 두고 '교수 공화국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주요 직책과 주요 부처 장관 자리를 교수 출신들이 잇달아 꿰찼기 때문이다. 실제 17개 부 장관 중 5명이 교수출신이다.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까지 감안하면 1기 내각 교수는 6명으로 늘어난다. 장관 3명 중 1명이 교수 출신인 셈이다. 13일 자진사퇴한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고려대 교수)가 낙마하지 않았다면 교수 출신은 7명에 이를 수 있었다. 이는 인사청문회 등으로 아직 공식 임명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 신분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밖에 차관급인 김판석 인사혁신처장도 연세대 교수를 지내다 이번에 문재인정부에 합류했다.
청와대에도 교수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청와대 내 15개 장·차관급 직책 중 교수 출신 인사는 총 5명이다. 청와대 내 차관급 이상 직책에서도 3명 중 1명이 교수 출신인 셈이다.
문재인정부의 교수출신 장관들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꼽을 수 있다. 김상곤 공정거래위원장도 교수 출신이다.
청와대에선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홍장표 경제수석, 조국 민정수석이 교편을 잡다 새 정부에 합류한 경우다.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대학에 있다가 2016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청와대에 합류한 케이스다.
이들 교수 출신은 대부분 대선 선거캠프에 합류한 인연으로 새정부에 입성했다.
한신대 교수를 지낸 김상곤 부총리는 문재인캠프에서 교육정책을 총괄했고, 한성대 교수 출신인 김상조 위원장은 캠프 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아 재벌개혁 공약을 설계했다.
청와대의 김현철 경제보좌관과 홍장표 경제수석,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정책캠프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핵심멤버들이었다. 교수 1000여명이 집결한 국민성장에서 김 보좌관은 국민성장단장을 맡았고, 조 교수는 국민성장 부소장을 역임했다. 홍 수석은 경제분과 소속으로 문 대통령의 핵심경제공약이던 소득주도성장론을 설계했다.
조국 수석은 공식적으로 캠프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외곽에서 문 대통령을 공개지지하면서 당선에 힘을 보탰다.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당 최종경선 때 조 수석은 문 대통령과 함께 경선장에 입장하면서 최측근 인사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안경환 서울대 교수는 2012년 대선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고 국가안보2차장에 내정됐다 지명이 철회된 김기정 연세대 교수 역시 문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인연으로 2012년 대선부터 외교안보 분야의 조언자 역할을 했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과 청와대에 참여한 교수 출신 인사들의 숫자는 전임 정권과 비교할 때 상당히 많은 편이다. 실제 박근혜정부 1기 내각에서 교수 출신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류길재 통일부 장관(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카이스트 교수) 등 3명에 불과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때도 1기 내각에서 교수 출신 인사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서울대 공대 교수), 이영희 노동부 장관(인하대 교수),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이화여대 교수) 등 3명이었다. 이 같은 통계에는 정계나 법조계 등 학계 외곽에서 일하다 대학 특임교수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는 교수 출신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교수출신을 정부 고위직에 잇따라 발탁하는 것을 두고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관료들의 경우 정책아이디어가 다소 보수적이고 현실순응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교수들의 경우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관료사회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평생 개인연구와 강의만 해온 교수가 정부부처라는 겨대 조직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정부 조직 특유의 지휘계통과 조직관행에 익숙하지 않아 공직에 안착하는데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교수 출신들이 고위 직책을 맡더라도 결국 조직장악에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면서 "결국 일은 관료들이 하고 교수 장관은 얼굴마담만 하다가 물러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교수들이 가진 강점이 도리어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개혁성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문성은 한 부처의 업무 영역 중 일부분만 커버하는 것으로, 독립성은 조직 장악력의 취약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사청문회, 감찰과 감사 등으로 평소 자기관리에 엄격할 수밖에 없는 관료 출신들과 달리 교수 출신들은 민간영역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지내면서 고위공직자로서 자질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많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됐던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은 임명 직후 사생활 관련 구설로 사퇴했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도 과거 저서에서 드러난 성(性) 인식과 퇴학위기 아들을 학교 측에 영향력을 행사해 구제했다는 구설 등으로 결국 낙마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였던 조대엽 고려대 교수도 음주운전과 사외이사 겸직문제, 증여세 누락 논란으로 결국 사퇴했다.
청와대 측도 교수 출신을 다수 발탁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출범 초 참신한 인사 발탁으로 국민적 기대가 높아졌지만, 장관 인선이 계속되면서 폴리패서 논란이 있거나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교수들을 연이어 발탁하면서 "실망스럽다"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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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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