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카메라로 촬영 중인 화면에서 푸른색은 낮은 온도고 붉은 색은 높은 온도입니다. 레이더 오른쪽 20도 방향 빔 방사!"
대형 화면에서 푸른색이던 한 지점이 노란색으로 밝아지더니 곧 주황색 붉은색으로 변했다. 레이더 본체는 철제 프레임으로 고정돼 있는 상태였다. 다시 "하방 왼쪽 20도 방향 빔 방사!" 명령이 떨어지자 화면은 왼쪽에 있던 푸른 색 부분이 붉은 색으로 빠르게 바뀌어갔다.
군이 13일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의 첫번째 성과로 내놓은 다기능위상배열(AESA) 입증 시제의 성능을 언론에 보여준 장면이었다. 군은 이날 한국형 전투기의 '눈'으로 사용될 AESA 레이다 국산 개발의 산실인 한화시스템 용인 연구소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AESA 레이더는 기존의 기계식주사배열(MSA)와는 달리 레이더파를 송수신하는 소자(TR모듈)이 각각 작동한다. 기계식 레이다가 하나의 안테나를 작동해 탐지 능력이 제한되는 것을 극복한 것이 AESA 레이더의 장점이다. 세계적으로 방위산업 선진국인 미국, 영국, 이스라엘, 스웨덴 등 5~6개국만 제작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개발 중인 AESA 레이더는 TR모듈이 1000개급으로 알려져있다. 레이다 안테나가 1000개 있는 셈이다. 향후 한국형전투기의 조종사는 1000개의 눈이 포착하고 추적하는 적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게 된다. 1000개의 눈의 일부는 적 전투기를 탐지하고 일부는 지상에 목표물을 계속 확인한다. 적 전투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적이 회피 기동을 해도 AESA 레이더가 미사일과 데이터 링크를 통해 추적하는 기능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전투기의 미션컴퓨터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TR모듈이 결합되는 TR블록을 전투기의 노즈에 탑재될 정도의 크기로 소형화 경량화 하는 데 성공했다"며 "주먹 크기의 TR 블록은 초고주파 신호를 송·수신할 때 고출력 저잡음
KF-X 사업을 관리하는 방위사업청의 관계자는 "오늘 공개한 시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는 외국 업체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2021년에 제작될 한국형전투기에는 완전히 국산화된 AESA 레이다를 탑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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