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금융거래위원회 등 힘있는 규제기관장들이 정부의 예산지침을 무시한 채, 직책수행경비를 매월 기준단가보다 2배 이상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직책수행경비 기준단가가 불명확해 대통령의 기준단가보다 더 많은 수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기획재정부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장은 매월 직책수행경비로 250만원, 방통위원장은 247만5000원, 금융위원장은 225만원을 받았다.
직책수행경비(월정 직책급)는 공무원 월급외 별도로 지급받는 수당 중 하나로 증빙이 필요 없어 일종의 쌈짓돈으로 불린다.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직책수행경비 월별 기준단가는 대통령이 540만원으로 가장 높고, 국무총리( 415만원), 부총리·감사원장(290만원), 국무위원(165만원), 장관급·차관급 기관장(102만5000원) 순으로 직급에 따라 결정된다. 공정위원장·방통위원장·금융위원장의 경우 국무위원이 아닌 장관급 기관장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단가보다 2배 넘게 받은 셈이다.
직무상 소요를 감안해 기준단가의 150%까지 최대 편성하더라도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53만7500원이어서, 매달 100만원 가까이를 부당 수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도 지난해 예산지침을 어기고 247만5000원을 타가며 정부 요직임을 입증했다.
또 감사원이 중앙행정기관에 해당하는 기재부 등 49개 부·처·청 및 위원회를 대상으로 국장급 이상 직위의 직책수행경비 편성 내역을 점검한 결과, 경찰청 등 10개 기관 소속 33명에게 과다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부당지급되는 금액은 연간 1억1223만원이다.
직급이 명확하지 않은 각종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직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단가도 없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지난해 직책수행경비로 무려 600만원을 수령해 대통령 기준단가인 540만원을 뛰어넘었다.
감사원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관행적으로 부총리급으로 예우되지만 직책수행경비 기준단가표상 장관급 기관장보다 높은 직위는 정부조직법 등에 열거된 대통령, 국무총리, 부총리·감사원장,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장관급 기관장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장관급 기관장인 153만7500원에 그친다.
이밖에 행정기관 소속 29개 위원회(위원회 성격의 회의기구 포함) 중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320만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247만5000원), 청년위원회 위원장(247만5000원) 등 9개 기관 소속 9명에 대해 과다지급했다. 이들에게 부당지급된 직책수행경비는 연간 1억2778
감사원은 개별 부처의 직위별 직책수행경비가 예산편성지침에서 허용하는 최대가능단가보다 높게 편성되는 일이 없도록 기재부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또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위원장 등과 같이 직급이 불명확한 직위에 대한 직책수행경비가 합리적으로 편성·집행될 수 있도록 적정한 편성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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