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지난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평가항목 점수를 고의로 조작하는 등 특정업체를 밀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추가로 발급하라고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직접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으나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개입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11일 감사원은 "2015년 7월 관세청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선정심사에서 매장면적·법규준수도·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 등 3개 계량항목의 점수를 잘못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는 관세청의 평가점수 조작으로 총점이 7820점에서 8060점으로 240점 과대 평가됐고 롯데피트인(동내문)은 8091점에서 7901점으로 190점 줄어들어 선정 결과가 바뀌었다.
또 2차 면세점 대전이었던 2015년 11월에도 관세청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매장규모 적정성 등 2개 계량항목 평가점수를 잘못 부여해 두산이 롯데 월드타워점을 누르고 면세점 특허를 받았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롯데 월드타워점은 정상 평가시 9420점을 받아 면세점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으나 관세청의 평가점수 조작으로 9229점에 그쳐 두산(9333.5점)에 104.5점 차이로 사업권을 내줘야 했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관세청이 특허권을 추가 발급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당시 업계에선 면세점 경험이 전무한 두산이 30년 면세점 업력의 롯데를 누르고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청와대는 물론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개입 등 각종 의혹이 난무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미르·K스포츠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이 출연의 대가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발급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 및 관련자 진술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늘리라고 지시하고, 기재부와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발급을 위한 면세점 고시에 맞추기 위해 기초자료를 왜곡하는 불법을 자행해 4곳을 추가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관세청은 2016년 국정감사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받자, 천홍욱 청장의 지시로 해당 서류를 신청업체에 반환하거나 무단 파기하기도 했다.
이번 감사 결과로 면세점 업계에선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해당 업체가 평가항목 조작 등에 공모한 경우 관세청으로부터 면세점 특허를 직권취소 당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는 특혜는커녕 월드타워점 특허를 상실하고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오히려 큰 피해를 본 기업"이라며 "이번 감사 발표에서 롯데가 심사 점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정당하게 특허권을 상실했다는 게 부각됐다"고 말했다. 애초에 롯데가 두산보다 점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을 뺏겼기 때문에 월드타워점이 이를 돌려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화갤러리아의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특허권이 취소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지만 면세점 사업이 워낙 부진한 상황이라 특허권 회수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갤러리아는 적자를 이어간 제주공항 면세점을 철수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당시 사업자 선정 공고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면세점 선정과정이나 세부항목 평가 점수도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관세청은 당장 1·2차 면세점 특허를 취소하는 등 조치를 취하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에서 기업의 부당행위나 특혜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비록 잘못 선정됐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신뢰보호 등의 이유로 바로 특허를 취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 안병준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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