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메세 컨벤션홀에서 지난 7일~8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폐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다자 외교무대에 나서 새 정부의 경제 비전을 설명했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면서 외교채널을 복원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다자 정상 데뷔무대이자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저성장 극복, 일자리 창출 정책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G20정상회의에서 나타난 한국 외교 활약상을 이모저모 형태로 정리했다.
◆ 메르켈, 문 대통령따라 100m 이동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G20 비공개 리트리트 세션논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북한 문제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한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같은 지역의 다른 국가 정상들도 그랬다"며 "모든 정상들이 (북한문제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큰 우려를 표명했음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새로운 위반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정상들간에 폭넓은 합의도 있었다고 했다.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협의체인 G20정상회의 폐막성명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장국 정상이 정치외교적 이슈를 별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문은 구두선언문과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한국과 독일 대표단의 1시간 반이상의 만찬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문제에 대해 메르켈 총리에게 협조당부했던 것이 구두선언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총리실에서 만찬회동을 끝내고 담장너머로 모여있던 교민들에게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자, 메르켈 총리도 100m를 따라 걸어가 함께 인사했다. 독일 총리실에서도 '메르켈 총리의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며 각별히 환대했음을 전했다.
◆ 유엔 사무총장 "강경화 뺏겨 많은 것 잃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또 분쟁예방, 평화구축,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을 놓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총장님을 보좌하던 강경화 정책특보가 대한민국의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되어 축하드리고, 아주 기쁘게 생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제 밑에 있었던 직원이 대통령님 밑으로 가게 된 것을 조금 논의해야 할 것 같다"며 "유엔은 강 장관을 빼앗겨 많은 것을 잃었고 조금은 아쉽다"고 농담을 던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과는 악수를 했지만 강 장관을 보자 환하게 웃으면서 좌우로 한차례씩 '볼 인사'하며 친근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은 유엔 식구들을 만나고는"친정아버지, 친구, 동생들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강 장관은 영국발음이 가미된 정통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주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독, 한미일,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G20정상회의까지 문 대통령 옆에 경제부총리와 외교부장관이 항상 배석했다"며 "이들이 고비고비때마다 풍부한 경제지식과 국제기구 경험 등으로 측면 지원해서 '左경화-右동연'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 아베, 위안부-소녀상 먼저 거론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첫 만남을 가진 직후 다음 날 곧바로 한일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두번째 회동에서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과 북한문제 공조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비공개 회담 도중에 먼저 위안부 합의 이행 필요성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가 한·일 양국의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아베 총리와의 대화에서 위안부와 소녀상 등 과거사 문제가 나왔다"며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은 이것대로 관리해나가고 계속 소통해 나가되, 양국 관계에서 경제협력이나 문화교류 등 다른 것들은 계속 앞으로 다뤄나가야 한다는 등의 굉장히 폭넓은 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 문 대통령, G20서 정상들과 친분과시
문 대통령은 G20정상회의 세션을 오가면서 많은 외국정상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G20정상회의 이전에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덕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정말 좋은 만남을 가졌다"면서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함부르크 콘서트홀 엘브필하모니에서 클래식 음악콘서트를 관람하기 직전에 멜라니아 여사 옆에 있던 문 대통령 앞까지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덥석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잡고 두어번 흔들었고 다른 한손으로 문 대통령의 손 등을 세차례 톡톡 두드렸다. 이 모습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끄러미 지켜봤다.
◆ 한국과 정상회담 요청 쇄도
G20정상회의 도중에 현장에서 양자회담을 요청한 국가나 국제기구는 9곳에 달했다. 가장 평화적인 촛불혁명을 통해 취임한 데다 단시간내에 북핵·미사일 문제 주도권을 쥐는 등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당히 인정받은 덕분이다. 또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희망하는 나라도 많았다. 그러나 빡빡한 일정상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만남만 성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정 조율끝에 만남이 무산된) 나머지 7명의 정상·대표 등은 외교 관례 상 밝힐 순 없다"며 "문 대통령이 취임한 후 각국 정상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8일 G20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 대규모 시위대가 모여든 가운데 메세 컨벤션홀에서 수
[함부르크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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