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과거 분단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눈물의 궁전'에 찾아가 "우리나라도 어서 통일이 되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물의 궁전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경계에 위치한 '프리드리히슈트라세역' 내 출입국 심사장이다. 과거 이산가족이 방문 후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작별인사를 했다는 사연에서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없다는 게 가슴 아프다"면서 "제 시어머니께서도 (북한에서) 피난 내려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계시는데 이것이 가슴에 한으로 맺히신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이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영상을 보며 "생중계로 봤던 기억이 난다"며 "나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무척 좋아했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숙 여사는 '유대인 학살 추모비'도 방문했다. 이곳은 2700여개의 콘크리트 조성물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희생자의 이름과 학살 장소들이 적혀 있지 않아 혹평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조성물 사이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기 다른 개개인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있는 장소로 손꼽힌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열심히 역사를 설명해주는 분에게 "늘 이런 설명을 하려면 힘들지 않느냐"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김 여사는 "과거를 덮으려 하지 않고 진정한 화해를 시도하는 것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는 독일 베를린 인근 가토우 공원묘지에 찾아가 세계적 작곡가인 고 윤이상 선생 묘소에 참배했다. 또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통영의 동백나무를 공군 1호기에 실어 가져와 까다로운 통관을 거쳐 이 곳 묘소 곁에 심었다. 올해는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주년(9월17일)이다.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했지만 간첩혐의로 끝내 고국방문이 불허되어 독일에서 여생을 보낸 윤이상 선생 뜻을 기리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것이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에 대해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는데,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우리나라를 기념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해서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는데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른 어깨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김 여사는 "통영의 나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헌화한 하얀 원형 모형의 꽃다발에 달린 검은 리본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조국과 통영의 마음을 이곳에 남깁니다"라고 적혀있다.
윤이상 선생은 경남 통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본 오사카에서 음악공부를 했으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에 체포되어 옥살이를 했다. 광복 이후에는 통영, 부산, 서울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작곡기법과 음악이론을 더 배우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그는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됐는데, 당시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구명운동 끝에 1년여만에 석방됐다. 이후에는 독일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고향인 대한민국을 그리워했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탁무권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통화에서 "김정숙 여사의 방문은 윤이상 선생의 업적이 국내외적으로 재조명 되는 데 핵폭탄급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만약 정부의 신규 지원이 가능해진다면 윤이상 기념관을 독일에 유학중인 한국인 음악도들의 무료 기숙사로 활용하는 한편, 선생의 음악적 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하고 콘서트를 여는 등 당초 세웠던 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재단은 지난 2008년 베를린의 윤이상 자택을 매입한 이래 자체적으로 모은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이어왔으나 최근 몇년 간 윤이상 관련 사업들이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면서 지
[베를린 = 강계만 기자 / 서울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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