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정견발표 대신 감자 캐기 봉사활동
자유한국당이 3일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해 개최한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조용한 집안 잔치'처럼 진행됐습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전당대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이정현 당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전당대회나 올해 대선후보 선출대회만 해도 한국당은 체육관을 대여해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당시에는 각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전국에서 100∼200대의 관광버스를 나눠타고 체육관으로 집결해 막대풍선이나 호루라기 등 각종 응원 도구로 선거유세를 펼쳤고, 가수나 응원단이 행사 중간에 무대 위로 올라 분위기를 띄우곤 했습니다.
또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체육관 밖에는 풍물놀이패와 청년 유세단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율동으로 후보들을 지지하는 등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이날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는 이 같은 '거품 요소'를 모두 걷어낸 채 실무적인 개표 절차만 진행하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참석자 역시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 이인제 선거관리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와 국회의원, 각 후보 캠프 관계자들만 참석했습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행사는 모두 배제한 채 전당대회 경과보고, 주요 당직자 인사말, 개표 결과 발표, 당선자 화상 연결 등 꼭 필요한 식순만 구성해 약 1시간 만에 끝나는 일정을 짰습니다.
크게 달라진 점은 또 있습니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전당대회 행사장이 아닌 봉사활동 현장에서 투표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후보들은 전당대회 당일 당원들의 열띤 지지를 받으며 마지막 정견발표에 목청을 높였겠지만, 이번에는 개표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남양주 봉사현장에서 밀짚모자와 우비를 착용한 채 감자 캐기 봉사활동을 수행했습니다.
신상진 후보는 "농촌에 와서 일손돕기를 하며 한국당이 더욱 민생과 국민현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고, 원유철 후보는 감자를 캐며 "감자가 포도송이처럼 딸려오는데 감자만큼 한국당의 지지율도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후보도 "그래도 전당대회에 맞춰 가뭄이 해소돼 다행"이라며 봉사활동 중간에 지역민들과 막걸리를 나눠마셨습니다.
'달라질게요'라는 이번 전당대회의 슬로건처럼 한국당이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지도부를 뽑는 데는 당 안팎의 녹록지 않은 상황이 반영돼 있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는 지난해 4·13 총선 패배·대통령 탄핵·대선 참패 등 대형악재를 연이어 겪으며 위축된 당을 수습하고, 대외적으로는 여권을
과거 전당대회 비용이 수억 원에 달했던 데 비해 이날 전당대회 행사비용은 약 2천만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당은 절약한 행사비용을 순차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부할 계획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