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백미'인 공동성명은 한미정상회담이 종료되고 7시간 20여분 간 지난 뒤 발표됐다.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해 이와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청와대 참모진이 공동성명 발표를 기다리느라 속이 타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었다. 발표를 기다려야 했던 7시간이 7년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동성명 발표가 늦어진 것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공동성명 발표안에 결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에서는 조구래 외교부 북미국장과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이 공동성면 문안 작성을 위한 실무진으로 나섰다.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오전 합의문을 도출할 수 있었지만 백악관 측이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공동성명 발표를 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날 오후 4시께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휴가를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워싱턴 프레스센터에는 공동성명 발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결재를 미룬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측 관계자들이 백악관에 서둘러 공동성명을 발표해줄 것을 촉구했고, 이날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발표안에 서명하면서 공동선언문이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정상급 성명을 채택한 국가는 일본,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베트남, 캐나다 6개 국가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동성명을 채택했을 때에는 정상회담 직후 바로 발표됐고, 인도와의 공동성명 역시 정상회담 종료 후 1시간 내에 발표됐다.
문 대통령은 30일 트럼프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오찬을 갖고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의와 신뢰를 쌓은 것에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오찬에 동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사드 문제로 미국이 한국인에게 신뢰를 잃었는가"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는 미국의 책임이 아니다"며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는 것은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시간을 쪼개 당초 예정에 없었던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30여분간 진행했다. 이날 면담이 성사된 것은 지난 5월 매케인 위원장이 방한해 문 대통령과 면담하기를 희망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되면서 불거진 '홀대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매케인 위원장에게 "지난 5월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방한이 무산된 것이 아쉬웠다. 언제든 한국에 오시면 연락달라"고 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
이에 매케인 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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