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관한 중국의 염려는 이해하지만, 중국이 그것을 이유로 경제적 보복하는 것은 옳지 않고 부당한 일이기 때문에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것은 사드 배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한국의 주권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치, 군사적인 문제와 경제 문화적인 문제는 서로 구분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이미 80억 달러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이는 스캇 케네디 CSIS 중국관계 부소장이 '중국은 사드 배치를 일관되게 반대해왔고 이에 대한 불만 표시로 롯데에게 보복 조치하는데, 한중 관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은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전에 중국 측과 충분한 외교적 협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제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환경영향평가같은 한국의 국내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중국과도 충분히 협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드배치문제에 대해 미국 측에서도 함께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과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최근 워싱턴DC에서 ‘'북한 핵실험 동결 대가로 한미군사훈련 축소나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법 위반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불법적인 것이고 한미 양국간의 군사훈련은 방어목적으로 합법적"이라며 "불법적인 일과 합법적인 일을 교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불법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조건으로 한미 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오래된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문정인 교수는 특보가 아니라 교수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올바른 여건이 된다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북한과 대화할 것인가는 우리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예를 들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기로 약속한다면 북한과 대화를 해볼 수 있고, 북한이 미국 국민 3명을 석방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조건을 지금 단계에서 분명히 이야기할 수는 없으며 한미 양국이 정세를 보아가며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이 대화의 시작이 된다면 대화의 출구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가 돼야 한다"며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르기까지 북한과 한·미 양국은 여러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할 수 있을 것이고, 그 하나하나의 단계들은 확실히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 협력분야에 대한 질문에 문 대통령은 "지금 한미 양국에 닥쳐오고 있는 위협은 북핵 문제이지만 위기는 반대로 기회이기도 하다"며 "만약에 북핵 문제를 우리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반대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것이고, 8000만 시장의 남북 경제공동체가 형성되어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확장된다"며 "그것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한미 양국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협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비핵화야말로 안보와 경제 발전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이기에 "북한 또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운명을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분명하게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을 북한과 함께 걸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교 문제의 최우선 순위를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둔 것은 역대 미국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이라면서 "이 사실이 북핵 해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이 기회를 살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아울러 위대한 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철저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간에 대북정책에 있어서 "우리의 새로운 방향은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그가 북한에서 핵 폐기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대화의 목표는 분명하고 북한이 스스로 핵 폐기를 결정하는 것"
문 대통령은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국으로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과 긴밀한 공조 하에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면 그 과정에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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