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상 '한미 공동성명'서 대북제재·대화 병행 접근 합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상당 부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공동 해법 마련에 기대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도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해 기존 제재에 더해 '새로운 조치'를 시행키로 하는 등 제재와 압박을 강조했지만, 이는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양 정상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제재·대화 병행'을 주창해온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와 유사한 것으로, 대화보다는 제재에 방점을 둬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미묘하게나마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양 정상이 공히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도 북핵 해법 마련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기를 거의 같이하는 두 정상이 북핵 공동해법 마련과 이의 실행을 위한 보폭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 정상은 북핵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큰 틀의 방법론과 관련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구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공동성명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제재·대화 병행론'과 '2단계론'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이는 결국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어야 함을 누차 강조해왔습니다.
또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동결→완전 폐기'라는 단계적 해법을 구사하되 단계마다 보상의 개념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기조가 '비핵화 후(後) 대화'라는 점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인식의 물꼬를 우리 측으로 돌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그래서 나옵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 북핵해결을 위한 대화나 단계론적 해법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은 채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북한 정권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를 실패로 규정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인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대화를 북핵 해법의 한 축으로 보는 문 대통령의 인식과 온도 차가 있다는 해석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무모하고 잔인한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많은 옵션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외교·경제적 압박·제재뿐 아니라 군사적 조치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도 조건만 충족된다면 대북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거론해왔던 만큼 대화도 옵션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주목되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점이 공동성명이 담겼다는 점입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포스트 정상회담'에서의 구체적인 북핵 로드맵 마련은 물론 남북대화도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에 대한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는 점을 공동성명에 명시한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인식 공유만 있었던 만큼 북핵 해법의 구체화를 위해 지금부터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입니다.
단계적 해법론 채택 여부는 물론 설사 채택된다 해도 그 과정에서의 대북 보상 제공 여부와 대북 대화의 시점 등에 대한 두 정상의 인식이 아직은 명확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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