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지난해 김수민 의원은 인생에서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다. 4·13 총선에서 20대국회 최연소 의원(만 29세)으로 당선될 즈음만 하더라도 그 앞에는 화려한 꽃길만 펼쳐질 것처럼 보였다. 숙명여대 동아리에서 시작한 '브랜드호텔'로 이름을 알렸고 허니버터칩 디자인으로 각광받았던 그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 당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것.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등원직후 불거진 리베이트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국민의당과 김 의원은 적지않은 상처를 받았다. 현재 2심까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리베이트건은 김 의원에게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권 출범이후 잠시 해빙기를 맞았던 여야 관계는 인사 청문회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다시 과거의 대결구도로 회귀하고 있다. 김수민 의원을 인터뷰한 것은 비교적 정치의 때를 덜탄(?) 최연소이자 이른바 3당 의원으로서 현재의 정치 구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고, 그가 국회에 입문하게된 동기와 철학, 미래에 대한 포부가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 본 김 의원은 처음엔 다소 낯을 가렸으나 밝게 잘 웃고, 국회는 물론 자당인 국민의당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본래 의원 전용공간으로 쓸 수 있는 곳을 개방한 후 본인은 그의 3분의 1 남짓한 곳에 사무실을 꾸리고 의원실의 6급 비서관(남)을 출산휴가를 보낼 정도로 '솔선수범'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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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윤호 기자] |
그는 유리벽으로 된, 언뜻보기엔 '창고' 같은 공간을 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왼쪽 사진). 인터뷰를 진행한 공간(오른쪽 사진)은 대개 국회의원 개인방으로 쓰이나, 김 의원은 공용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수민 의원의 얘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나는 불성실했던 학생···그래도 의원으로서 뚜렷한 목표는 있다"
-국회입성 전 '청년 김수민'은 어떤 사람이었나.
▶대학시절 이른바 불성실한 학생이었다. 학점도 별로고, 그저 외부활동에 집중했다. 평소 정치에 뜻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딱 하나, 청년이 국가 의사결정의 한 파트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비례대표직을 수락한 계기가 됐다.
-최연소 국회의원으로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본의 아니게 최연소 의원으로 불리게 됐지만 다음 국회에서 더 어린 의원들이 들어오게 길을 터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은 임기 동안 더 어린 친구들이 국회에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거창하게 말하면 청년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려 한다.
-청년의 국회진출을 막는 제도를 지적한다면.
▶청년에 대한 차별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지역구에서 25살 청년과 50살 중년이 붙어서 우연하게도 동률이 됐다면 연장자가 무조건 당선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우연적 상황'이 나타나기는 힘들어도 청년들에게 상징적인 압박감을 줄 듯하다.
▶맞다. 재투표나 다른 객관적 기준으로 공정하게 당선자를 선정할 수도 있을 텐데, 추첨이나 가위바위보보다 불평등한 기준으로 당선자가 선정된다는 얘기다. 오버해서 말하자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 사람에게 기회가 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기득권에 들어간 입장에서, 용기있는 발언 같다.
▶청년은 꼭 젊은 나이를 뜻하는 게 아니라 '사회 소수자'이자 '약자'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따라서 청년 비례대표의 상징성이 나이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의 가장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을 위해 일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고, 역설적 상황을 기회의 평등으로 되돌려놓는 게 소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도 청년의원이 개척해야"
-지금까지 국회에서 낸 성과는 어떤 게 있는지?
▶기술력은 없는데 담보가 있으면 1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반면 기술력이 있는데 담보가 없으면 50만원밖에 못 빌리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그걸 바꿨다. 기술력이 있다면 담보있는 사람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빌릴 수 있게됐다.
-'기술력을 담보화'시킨 건가?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친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돈이다. 하지만 기술력은 다 갖췄는데, 이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리적 담보를 요청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거다. 기술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잠재적 가치를 지닌 줄을 모르니까. 그 부분에 대해 중진공에 질의를 해서 고쳤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준비하고 있는 정책도 있을 것 같은데.
▶과거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물리적·환경적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여기 앉아서 1인 방송으로 다수에게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술이 세팅됐음에도 국회는 너무 낡아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는 물리적으로 나를 만나기 어려운 청년들은 본인의 애로사항을 입법기관에 전달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휴대폰 앱으로 해결하려 한다. 아직 테스트버전이라 홍보를 안했지만 앱스토어에서 '스타트업 신문고'라고 검색하면 나오는데, 여기 고충을 등록하면 바로 의원실 메일로 들어온다.
-청년비례 대표로서 어울리는 일을 한 것 같다.
▶청년대표는 기성세대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해 해결하는 데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문제의식이 얼마냐 뚜렷하냐가 그 의원의 경쟁력이 되면 안되고, 문제의식을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냐, 그 방법론적인 지점에서 국회의원 자질이 평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의 '모두까기'는 솔루션을 담아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으로서 고충이 있다면?
▶굉장히 정치적 얘길해야 하는데(웃음). 안철수 대표가 굉장히 중요한, 다당제란 개념을 만들었다. 국민의당이 없었을 때에는 여당 대변인은 야당을 비판하면(필자주: 좀 더 강한 표현이 들어가 있었다) 되고 야당 대변인은 여당만 비판하면 됐다.
-그럼 이쪽은 소위 '모두까기'를 해야하는?
▶그게 역할론에서 매우 힘들다고 생각이 드는 게, 3당이 1당과 2당을 비판하면 된다고 간단히 생각할 게 아니라 1당과 2당의 입장을 조율해서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는 게 다당제 아래서 국민의당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비판만 하면 너무 쉽다. 대안 없는 불평불만, 비판을 위한 비판. 근데 국민의당은 그러면 안되니까.
-'당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당의 입'으로서 부담스럽겠다.
▶맞다. 국민의당이 너무 조심스러워 기자들도 힘들어 한다. 솔직히 국민의당이 1년 밖에 안돼서 100% 이같은 역할이 체화되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게 일관된, 어떤 본질적 가치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메시지를 내는 게 아니라 이제까지 공식을 깬, 솔루션을 담은 얘길해야 하니까. 그러다보니 1,2당에 가면 말끔한 대답이 나오는데 국민의당은 뚜렷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오해를 사지 않도록 보다 당 내부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당에 대해 '이리저리 줄선다', 이런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인데 그렇게 보이는 이유와 고충에 대해 잘 말씀주신 거 같다. 융합해서 또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다당제 의의이고, 그와 같은 단계를 하나 더 거쳐야한다는 사명감이 좋은 것 같다.
▶나는 제3당인 국민의당에서 태어난 의원이다. 그래서 좀 더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고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언어를 배울 수밖에 없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자위한다. 정말 국민을 위해서라면 더 우울하고 조심스러워도 고민을 많이 해서 더 나은 걸 제안해야 한다.
-국회에도 할 말이 있다던데.
▶그렇게까지 말하긴 부담스럽지만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여러 의원들이 남성의 출산휴가를 주장하지만, 조사결과 20대 국회에서 남자 보좌관 중 출산휴가를 간 사람은 3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에 보좌관이니 2700명이고 여자 보좌관은 30%도 안 되니까 거의 2000명이 남잔데, 그 중 겨우 3명이 출산휴가를 간 셈이다. '자기모순'이다.
◆에필로그
결혼계획에 대해 묻자 "국가와 결혼하겠다"는 다소 썰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포털사이트에 '김수민 남편(또는 남편감)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사실무근이라며 바로 잡아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망설임끝에 "이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라며 빙빙 돌려물었고, 김 의원은 망설임없이 "리베이트?"라고 바로 되물었다.
"그 일 때문에 한때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인사한 것만으로도 '찔리는 게 있어 폴더인사를 한다'고 폄하될 정도로 오해만 샀던 것이 사실이다. 또 오
[디지털뉴스국 윤호 기자/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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