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에 힘입어 보수정권 9년여만에 정권교체를 통해 지난 5월 출범했기에 공직사회에도 대규모 자리바뀜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출신 관료는 서서히 밀려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철학을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공직자들이 중용되는 양상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노믹스'를 실현할 정책통으로 물갈이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와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40여일이 지난 가운데 부처에서 파견되어 청와대에 근무하는 '늘공(언제나 공무원)'들이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실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수요에 따라 지금도 부처별로 파견자를 찾는 청와대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학자나 시민단체 출신들이 초기 청와대 참모진으로 대거 입성하다보니 관료들은 이들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 실정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관료 몫의 자리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부처별로 고위 공무원들의 인사적체로도 이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21일 부처별 청와대 파견자들을 집계한 결과, 기획재정부에서는 차관보급인 2명의 청와대 비서관(차영환·이호승)을 배출했으며 이를 포함해 모두 20명에 가까운 과장급 이상 국장급 인사를 청와대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등에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상당수는 행정관으로 일한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에서 가장 닮고싶은 상사로 손꼽힌 강종석 정책조정총괄과장은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으로 배치됐고, 류양훈 소득세제과장은 공개채용에 지원해서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갔다. 임영진 기획재정부 과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 밖에 기획재정부 출신의 한훈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일자리위원회 총괄기획관으로 내정됐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금융정책과장을 지낸 권대영 국장이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되어 금융분야 현안을 챙기고 있다. 또 금융위 이동훈 구조개선과장은 청와대 국정상황실로, 고상범 신용정보팀장은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으로 각각 이동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선중규 약관심사과장은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일하며, 오행록 제조업감시과장은 이날 민정수석실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임명된 채희봉 무역투자실장을 포함해 총 4명이 청와대로 출퇴근하고 있다. 김성열 전력산업과장은 청와대 산업정책, 김의중 서기관은 의전, 정권 서기관은 인사쪽에서 각각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권기섭 직업능력정책국장과 권창석 근로기준정책과장이 나란히 고용노동비서관실로 파견되어 문재인정부 일자리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류근혁 복지부 정책기획관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실로 일찌감치 발령받아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는 중이다. 손영래 의료자원정책과장도 사회정책비서관실에서 함께 업무를 보고 있다. 신꽃시계 복지부 부이사관은 조현옥 인사수석과의 인연에 따라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간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자치부 출신으로는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실에 파견된 김장호 재정정책과장, 국정상황실에서 일하는 박재연 서기관 등이 눈에 띈다.
환경부에서 박광석 국립환경인력개발원장과 정선화 장관정책보좌관이 기후환경비서관실로 나란히 이동했다.
김혜정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장은 최근 인사수석실로 발령받았고, 서준환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
정부부처 관계자는 "행시출신 관료들이 정부출범 초기 청와대로 파견갔다가 부처로 돌아가게 되면 그동안 엘리트 승진코스를 밟아왔다"며 "지금의 파견자들도 문재인 정부 5년간 주요 보직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기에 주목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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