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회 예산결산위원장 및 예결위원회 간사단, 상임위원장단과 오찬을 갖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위한 협치 행보를 이어나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일제히 불참하면서 '반쪽 협치'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가 국회와 국민들에 대한 설득을 강화해나가는만큼 야당의 결단에 정치권 시선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진행된 오찬에서 인사말을 통해 "추경 요건 충족에 다소 이의가 있을 수 있지만 경기침체나 국채발행, 증세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점, 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있는 시기에 내수와 고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리막길을 걷던 경제성장률을 다시 상승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고려해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소통행보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 설득에 주력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 등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여당 의원인 백재현 예결위원장은 즉각 문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그는 "사실 정부는 예산에 대해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고, 국회는 마땅히 심의를 해야 하고, 일정에 들어가야 하는데 심의 일정을 아예 잡지를 못해서 송구스럽다"며 "추경이라는 것이 본예산하고 가까이 갈수록 효과가 밋밋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금년 안에 집행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완곡한 어조로 추경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국민의당 의원인 장병완 산자위원장은 "경제라는 건 역시 시장친화적으로 할 때 실천의 효과가 극대화가 되는데, 일자리 문제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최저임금 인상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을 하다보니까 도저히 중소 자영업자들, 소상공인들은 그 부분을 감내를 못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의원인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지금 반미 감정이 고개를 드는 것 같아서 굉장히 우려된다"며 "지난 미2사단 백주년 기념 콘서트도 시민단체의 강력한 항의 때문에 못하게 됐다. 이런 문제는 갈등관리 차원에서도 그렇고 청와대가 나서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가 유류공급이 안 돼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시민단체가 유류 공급 차량을 막고 있어서인데, 나라 지키는 일에서 만큼은 우리 대통령께서, 또 청와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이같은 우려에 "우리가 정말 잘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고, '유류반입 문제'라고 메모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당 이현재·국민의당 이용호·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 등 야3당 정책위의장들은 이날 조찬간담회를 열고 "추경 예산안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합의했다.
각 당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정부의 추경안에 순순히 동의해줄 수 없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우택 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번 추경은 형식상 국가재정법상 추경편성 요건에 맞지 않고, 내용 면에서도 세금 폭탄을 퍼붓는 일회성 '알바예산'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정 권한대행은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경제 활성화와 기업 투자를 통해 민간분야에서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며 "엄청난 국가재정이 소요되는 사안을 국회 차원의 신중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 없이 대통령 시정연설 한 번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것은 일방적 몰아붙이기"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공무원 증원은 차기 정부에 30년 동안 두고두고 부담을 주기 때문에 추경으로 할 사안이 아니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 필수 인력부터 본예산에서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일자리'로 포장된 불요불급한 사업은 차단하고, 시급한 민생 현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중심 추경에 반대의 뜻을 표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도 공무원 증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권한대행은 "소방이나 사회복지 분야의 공무원이 필요하다면 업무부담이 적은 직군의 공무원 수를 줄여 옮기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공무원 수를 줄이는 일은 전혀 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증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예고했다.
3당은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한국당을 뺀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추경안 심사 착수에 합의한 것처럼 발표된 것에 대해서도 정정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어제 회동에서는 추경이 국가재정법 요건에 미흡하다는 데 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어떻게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잠시 언급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쪽에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도 "한국당을 빼고 3당이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야3당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좋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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