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기존 '17부·5처·16청·5실'로 구성된 정부조직을 '18부·5처·17청·4실' 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간 알력싸움으로까지 번졌던 통상 업무는 산업부내에 차관급인 통상교섭본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세월호 참사의 후속조치로 국가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국민안전처는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이 분리 독립되고 일부 기능이 행정안전부로 흡수되면서 2년 7개월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5일 정부와 여당은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이같은 정부 조직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언론브리핑에서 "국내외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고 국정 안정을 위해서 정부조직개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국민 안전과 자연 생태계 보전, 사회 변화에 따른 기관 위상 조정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한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 대신 새 정부 초기 국정 운영의 기조를 '안정'에 두고 정권 교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 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해서는 야권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만큼 최대한 정쟁의 소지가 될 부분은 제외했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안에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인 국가정보원의 해외안보정보원 개편과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및 국가청렴위원회 설립은 빠졌다.
우선 중소벤처부 신설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상생 발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산업부의 산업 지원 업무 일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업 지원 기능,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업무를 중소벤처부로 이관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비롯한 경제 민주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벤처 창업 활성화까지 일거삼득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국민안전처에서 독립시켜 별도 조직으로 하는 것은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과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이날 11조2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4조200억원을 일자리 창출에 쓰기로 했다. 이 중 공공 부문은 소방, 경찰, 근로감독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 국민 안전과 민생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중심으로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동시에 당·정·청은 새 정부의 초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최소화했다. 산업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한다는 공약을 철회하고 산업부에 존속시키되 차관급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신 차관급 통상교섭본부장에 '통상장관' 직위를 부여해 대외 위상과 교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이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얘기가 나오는데 부처 이관으로 조직이 혼란스러워지면 대외 환경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현재의 산업부에 존치시키되 격상시켜 일관성을 갖고 대외 환경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핵심 부처로 창조경제를 총괄했던 미래부도 대대적인 개편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미래부에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할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한 것이다.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은 헌법상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로 과학기술정책 조정·자문기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는다.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정책 기능과 홍수 통제소, 하천 관리, 수자원공사 감독 업무 등 물 관리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한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시기를 '6월 안'으로 못박으며 야권을 압박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 중으로 정부입법 대신 절차적으로 간소한 의원입법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신속한 정국의 안정과 정부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면서 "야당이 특별히 반대할 사안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단 야당도 이번 개편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6월 국회 처리 전망은 어둡지 않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의 범위로 (정부 조직을 개편)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에서 "개헌을 앞두고 개편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국회 일정이 험난해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개편안 내용에는 이견이 없지만 인사청문회로 인해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정부 조직 개편안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상존한다. 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열리고, 추가경정예산안도 제출되면서 여야의 주고받기 속에서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조직법이 제출 이후 52일 만에 국회에서 통과됐고, 이명박·노무현 정부에서는 각각 32일,
김 정책위의장은 추가적인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추가 검토한 바는 없다"면서도 "개헌 논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개헌 논의와 맞물려 진행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고재만 기자 / 전정홍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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