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본관에서 서훈(64)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국회가 전날 여야 합의로 서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지 하루 만이다.
또 문 대통령은 국정원 1차장에 서동구(62) 주파키스탄 대사를, 2차장에 김준환(55) 전 국정원 지부장을, 3차장에는 김상균(55)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을 각각 발탁했다. 이에 따라 조직을 정비한 국정원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서울 출신인 서동구 1차장은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주토론토 영사, 주시카고 영사, 주유엔공사, 주미국 대사관 공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작년 5월부터 주파키스탄 대사를 맡아왔다. 서 차장은 북한관련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학구파이다. 1차장 역할은 해외정보와 대북분야이다.
김준환 2차장은 대전 출신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34회에 합격한 뒤 국정원에서 일했다. 2차장은 대공수사와 대테러업무를 주로 맡는다.
사이버·통신 등 과학정보를 담당하게 될 김상균 3차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을 역임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남북간에 만들어지는 모든 합의서와 문구의 실무적인 작성을 도맡았을 정도로 대북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정원 근무 당시 서훈 신임 국정원장과 선후배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3명의 차장은 모두 국가정보원 출신이다. 그동안 국정원 차장 자리에 외교관, 군, 검찰·경찰, 대북전문가 등 외부인사들로 채워지곤 했기에, 이번 인사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훈 신임 원장 역시 1980년 국정원에 입사해 2008년 퇴직때까지 28년 3개월을 근무했던 내부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의 독립성이 상당히 강화된 측면이 있다. 서 원장은 참여정부에서 국정원 3차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남북총리회담 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모두 기획하고 협상했던 북한통이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한 대로 국정원이 정치권과 단절해서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기 위해 (내부출신으로 발탁 인사)조치를 했다"며 "국정원 역량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폐지하고 해외·안보·테러·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이에 따라 국정원 조직개편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조직개편은 인사와 별개"라며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국정원 초기 틀을 짜고 있으니 (업무분담 등) 실천방법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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