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는 21일 매일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자녀의 위장전입 논란에 사과 드린다"며 "엄마를 위해 큰 딸은 곧 미국 국적을 포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아내가 외교부 장관인데 딸이 미국 시민권자라면 아내 업무에 공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가족이 함께 상의를 했고 큰 딸이 엄마를 위해 흔쾌히 미국 국적 포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큰 딸이 고등학생 때 위장전입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 심려를 끼쳐드렸다면 죄송하다"며 "아내는 이런 어려운 외교 현실 속에서 한국 외교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강 후보자가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후 그의 가족이 언론에 심경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아내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후보자와 가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질문에 "아내와 나 모두 성실히 살아왔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주 초부터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십년 전에 구매했던 콘도와 아파트의 구매 경위까지 캐물어 당황했다"며 "정말 꼼꼼히 인사 검증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원래 장관 후보자들은 이렇게 검증을 당하는구나 싶어 혀를 내둘렀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2014년 연세대 교수 정년보다 3년 앞서 조기 은퇴를 결정하고 귀향해 문 대통령의 고향인 경상남도 거제에 살고 있다. 은퇴 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장기 자문단으로 베트남에서 학생들에게 정보기술(IT)를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다녀온 바 있다.
거제에서 사는 이 교수는 '일병씨의 행복여행'이란 자신의 블로그에 은퇴 후 귀향 생활에 대한 기록을 일기장처럼 남기고 있다. 딸과 함께 오토바이도 타고 수상 레저도 즐기며 '행복한 노년'을 설계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에서 일하는 아내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묻자 이 교수는 "평범한 노년을 즐기며 은퇴 후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어디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엔에서 일하고 또 외교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내가 외교부 장관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점이 걱정스럽다"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 교수는 "아내가 외국에서 산지 어느덧 10년 정도가 됐다"며 "한국에서 장관을 할 때는 국회, 정치인들과도 함께 소통을 해야하는데 이런 경험이 없다.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생년월일이 1953년 1월 24일로 똑같다는 인연도 있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았다는 깜짝
그는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투표했다.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고 홀로 헤쳐 오셨기에 정치를 잘 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번 대선에선 문 대통령에 투표했다. 부디 어려운 정치 환경을 잘 헤쳐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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