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와 관련해 국회비준 동의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다가오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 사드 문제가 또다시 논쟁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헌법 60조에 정한 국회 비준사항에 해당하지 않고 여야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논쟁을 국회로 끌고 오는 데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18일 민주당 원내기획부대표인 박용진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으로 10억달러를 요구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막대한 재정 소요를 수반하는 국가간 합의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임 원내 지도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구체적 입장 표명을 삼갔던 것과 비교해 상당 부분 강경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내 사드 반대파들도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드특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새 내각이 구성되면 국방·환경·외교부 등을 상대로 사드 배치 절차를 따져 물을 것"이라며 "불법적 과정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국회 청문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사드배치에 찬성하는 보수 진영은 “이 문제가 국회비준 동의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결정하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김선동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미동맹에서 안보를 지키려고 전략물자를 배치할 때마다 국회비준 동의를 받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국가 운영 측면에서 만들지 말아야 할 일을 공연히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동맹국 간에 긴급사태에 대비해서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국회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대다수도 사드 배치가 헌법 60조 1항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거나 변경하는게 아닌 기존의 틀에서 주한미군 배치하는 무기체계를 일부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약 또는 입법사항으로 볼 수는 없다"며 "정부간 협의는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국회에 비준동의를 구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일본대사는 "박근혜 정부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소파 협정(한미군사협정·SOFA) 에 따라서 할 일이지 국회가 나설 일은 아니다"며 "사드 배치는 이미 '엎지러진 물'이기 때문에 국가간 기존 합의를 뒤짚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비준 사항은 아니지만 정부가 국회에 '협조'를 구하는 방식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할 사항은 아니지만 임의적으로 국회에 의견을 구하는 차원에서 협조요청은 가능하다"며 "다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임기초부터 야당의 강한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을 들고 나오는 건 정무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여당과 청와대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세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자신의 사드 배치 재검토 발언 파장과 관련해 "그렇게 얘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우 원내대표는 "(라디오 사회자가) 질문에서 '사드를 돌려보낼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해서 그런 (모든) 문제까지 다 포함해서 절차의 문제나 법률적 문제를 잘 검토해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얘기를 했을 뿐이다. 원론적으로 한 얘기"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우 원내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미국에)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포함해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해 집권여당이 청와대와 입장이 다른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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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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