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5·18 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사에서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는 동안 5·18 유가족 등 참석자들은 모두 27번의 박수로 화답했다. 기념식은 모든 사람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며 "5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새 헌법 전문(前文)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반영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 이 자리를 빌려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도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진상을 반드시 밝혀내겠다. 5·18 역사 왜곡을 막겠다. 전남도청 복원 문제는 광주시와 협력하겠다"면서 완전한 진상규명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며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후 가수 전인권, 권진원씨 등의 기념공연이 펼쳐졌다. 전인권씨는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에서 불렀던 '상록수'를 불러 광주정신과 촛불정신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줬다.
기념공연에서는 또 1980년 5월 18일날 태어난, 또 그날 아버지를 잃어 자신의 생일과 아버지 제삿날이 같은 김소형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80년 5월 18일 당시 완도에서 일하던 김씨의 아버지는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딸을 보려 광주로 오다가 계엄군에 의해 사망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때로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엄마랑 행복하게 살고 계셨을 텐데'라고 생각했다"며 "한번도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전 모든 희생자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씨의 편지 낭독을 눈물을 훔치며 듣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무대 위를 내려가던 김씨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위로했다.
기념식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면서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세균 국회의장,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 씨의 손을 잡고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날 기념식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모두 파격이고 감동이었다. 청와대 측은 경호 수준을 낮춰서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보통 대통령 참석 행사에는 사전에 허락받은 사람만 입장하고 대부분 지정석으로 하지만 주최 측은 지정석을 4000석에서 2000석으로 줄이고 검색대를 통과한 시민이면 누구나 기념식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1만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5·18을 비롯해 4·19 혁명, 제주 4·3 사건 등 주요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단체들이 대거 초청됐고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또 이전 기념식에 참석한 대통령들은 주로 추모탑과 가까운 유영보관소 쪽에서 내려서 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내려 '민주광장'과 '참배광장'을 지나서 추모탑 앞으로 다가갔다.
이날 기념식에는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90여명이 참석했다. 추미애 대표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해 "속에 있는 어떤 막힌 것이 훅 나오는 느낌"이라고 감격을 전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새로운 대한민국이 5·18 기념식을
박영선 의원은 "감격스러웠다. 정치인이 돼서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온 게 처음"이라며 "마음속에 있었던 쌓였던 게 하늘로 승화되는 느낌이었다. 눈물도 많이 났다"며 소감을 밝혔다.
[광주 = 김기철 기자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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