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공직을 맡지 않고 2선 후퇴해서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동시에 밝혔다. 문 대통령이 대탕평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겠다는 진솔한 마음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지난 15일 밤 10시께 청와대 인근 삼청동의 한 고기집.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비서관은 창가를 뒤로하고 한없이 머리를 떨구고 있었다. 술잔은 몇번 돌지도 않았다. 주변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인들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중이었다. 앞서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저녁 문 대통령의 초대로 청와대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새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주지 않기 위해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곡하게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 전 비서관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눈물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비선 실세'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외국에 체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비서관은 언론노보 기자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국내언론 선임행정관, 국내언론비서관, 홍보기획비서관 등으로 일하며 당시 청와대에 있던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자서전으로 베스트셀러인 '운명' 집필을 도왔고 18대 대선 당시에는 메시지팀장, 이번 대선에서는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오랫동안 가장 가까이에 있어 '비선실세'라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흔들림 없이 문 대통령을 따르는 외길을 걸었다. 문 대통령도 양 전 비서관에게 '양비(양 비서관)' 혹은 '양 교수'라고 편하게 부를 정도다.
양 전 비서관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참, 멀리 왔습니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문 대통령에게) 처음부터 드렸다"면서"그 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면서 공직을 맡지않고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양 전 비서관은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며 "비선이 아니라 (문 대통령을)묵묵히 도왔을 뿐이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달라"며"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다"며 "문 대통령님을 잘 부탁드립니다"면서 마지막까지 애정을 담아 전했다.
문 대통령에게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인재가 넘치니 (저는) 비켜있어도 무리가 없다"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을 운용할 때 적합한 사람이 있고 권력을 만들 때 적합한 사람이 있다. 순항할 때 필요한 사람이 있고 위기일 때 필요한 사람이 있다. 지금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무엇인가를 계획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저는 후자에 맞다"고 설명했다. 최 전 의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권력을 만들 때 어울리는 사람이고 순항할 때보다 어려울 때 더 의지가 일어나는 편"이라며 "지금보다 미래를 꿈꾸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 주변에)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명 쯤은 빈 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고 제 마음을 드렸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민주당 경선과정에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인재영입 작업을 맡다가 본선에서는 종합상황본부 1실장을 맡아 전략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했다. 최 전 의원은 "대통령에게 신세지는 것은 국민께 신세지는 것인데, 정권교체 과정에서 국민께 진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는 일을 택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며 "이런 저런 하마평과 여러분의 궁금함에 답하는 글이 됐으면 한다"고 남겼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리산을 여행 중인 사진을 올리며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이던 분들과 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양 전 비서관,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리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 역시 지난 10일 "정권교체는 이뤄졌고 제가 할 일은 다 한 듯 하다"라고 말한 뒤 짐을 싸고 외국으로 떠났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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