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는 자체 개발한 '백두산' 액체 엔진을 사용해 처음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미사일 성능이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거리는 4000~5000㎞ 로 분석됐고 북한이 원산에서 발사하면 미국 알래스카까지는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실전적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수단과 ICBM 중간단계로 분석
이번 미사일 발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3·18 혁명'이라고 자축한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제로 미사일 발사로 확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18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자체적으로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했다. 이 엔진은 추진력이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가량의 주 엔진에 보조엔진 4개를 묶은 형태였다. 김정은은 이 엔진 시험 성공을 '3·18 혁명'이라고 불렀다.
전문가들이 이번 신형 IRBM에 주목한 것은 북한이 앞으로 이 엔진을 바탕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기 때문이다. 액체연료를 바탕으로 한 이 엔진을 2개 이상 연결(클러스터링)해 미사일을 제작하면 ICBM 사거리를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미사일 발사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80tf 주 엔진 3개를 묶어 사거리 1만3000㎞의 ICBM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력 80tf의 엔진 4개를 묶어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면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화성-12'는 무수단과 ICBM의 중간 형태로 분석되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은 지난해 8번이나 실패할 정도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2 엔진은 무수단 엔진을 기반으로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이 화성-12를 ICBM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하강 속도가 느리고 재진입체 기술도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ICBM의 하강 속도는 마하 24 이상 이고, 무수단은 마하 10~15이다. 이번에 발사 성공한 화성-12는 하강 속도도 ICBM과 무수단의 중간정도로 추정된다. 미사일 하강 최고 속도는 미사일 요격 가능성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마하 14까지 방어할 수 있다고 군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이번 미사일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에서 이동식발사대(TEL)가 보이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엔진이 강력해진만큼 화염의 온도가 높아져서 이동식발사대가 발사 순간 제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거치시설로 옮겨서 발사했고 TEL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준비 과정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습발사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4월 열병식에서 공개
북한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이 미사일을 단 한 차례 공개했다. 이번에 단번에 발사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올해 들어 잇달아 시험발사에 실패했던 미사일이 이 기종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무수단 미사일(화성-10)도 작년에 8번이나 발사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 미사일은 무수단 미사일 탑재 차량에 실려 있었지만, 탄두 부분이 뾰족한 형태여서 무수단과는 탄두가 다른 모양이었다. 미사일 동체는 KN-08과 유사했다.
특히 이번에 발사에 성공한 '화성-12'형은 동체 하단부에 격자형 보조 날개(GRID FIN)를 달지 않고도 자세 제어가 이뤄졌다. 관련 기술이 진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러 차례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은 이런 보조 달개를 달았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북극성 2형 미사일은 동체의 자세를 바로 잡기 위해 하단부에 '그리드 핀'을 설치했으나, 화성-12는 보조엔진인 버니어 엔진(Vernier engine)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과대평가는 금물이나 인정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아직 ICBM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긴 어려우나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 탄도 미사일 등장이 멀지 않았다고 관측했다.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연구위원은 "북한이 15일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화성-12'에 장착된 엔진은 지난 3월 실험했던 액체연료를 쓰는'백두산 엔진'으로 추측된다"며 "이 엔진을 여럿 묶으면 ICBM용 엔진이다. 기술적 진보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는 북한 기술력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기술적 진보를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대응책을 구성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번 실험에 사용된 엔진의 형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존 무수단 엔진이 아닌 작년 9월과 올해 3월 공개된 백두산 엔진으로 추정된다"며 "미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기술력은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한 것으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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