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이 발견되면 먼저 신고하는 것도 미화원이고, 마약을 발견해 신고하거나 밀수로 의심되는 금괴를 발견하는 것도 환경미화원입니다. 더 이상 우렁각시가 아닌 공항공사 일원이 되도록 많이 도와주세요."(인천공항공사 한 환경미화원)
"인천공항공사 보안경비 분야에서 비정규직으로 14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3년마다 업체가 바뀌면 그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데, 사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규직화를 부탁드립니다."(인천공항공사 한 보안담당 직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은 12일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애환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행사 도중 문 대통령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 여직원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국가기관에 일하는 저희를 찾아주셔서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에 운 것 같다. 많이 안아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 10일 일자리 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한 1호 업무지시를 한데 이어 이날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현 정부의 임기 초반은 일자리 문제 해결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기재부)에 고용 관련 평가지침을 바꿔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전까지는 인원을 늘리지 않는 것을 평가지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늘어나지 않는) 악순환이 있었다"며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용을 늘려나가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는 요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 일정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정 사장은 "저희 나름대로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해서 늘 미안하고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공항가족 1만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확대 ▲비정규직 과대 고용 대기업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 등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확대 공약에는 정규직 전환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현행 월 6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대기업에게 '비정규직 고용 상한비용'을 제시하게 하고, 이를 초과하는 대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해 비정규직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사용사유 제한 제도 도입, 동일가치 노동·동일임금 원칙 실현을 위한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재계는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관련 행보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만만찮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국가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현 정부의 문제인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비정규직의 문제 해결은 과잉임금을 받고 있는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축소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단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것만으로는 노동비용만 증가시켜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석환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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