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출신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첫 국무총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호남출신을 첫 총리로 임명하겠다" "염두에 두고 있는 비영남권 인사가 있다"고 여러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낙연 전남지사는 선대위 주변에서 거론되던 후보 명단에 이름이 없었던 인물이다. 선대위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더구나 임기가 남은 현직 지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남출신 총리'를 언급할 때부터 이미 문 대통령은 이 지사를 첫 총리로 점찍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 지사를 총리 후보자에 내정한 데에는 '탕평, 협력, 실용, 철학' 등 다섯가지 메시지가 담겨있다.
우선 탕평의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10일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과 관련해 "호남 인재 발탁을 통한 균형인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선거 기간에 새 정부 첫 총리를 대탕평·통합형·화합형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고 이 지사님이 그 취지에 맞게 새 정부 통합과 화합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과정에서 국민의당으로부터 줄곧 '호남홀대론'으로 공격 받았다.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호남출신 인사들을 홀대했다는 주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후보자 카드를 통해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한 셈이다.
그 다음은 국회와의 협력 메시지다. 이낙연 후보자는 언론인 출신 4선 의원으로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거쳤다. 같은 당에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과도 두루 친하다.
이 후보자는 "막걸리라도 마셔가며 야당 정치인들과 틈나는대로 소통하겠다"며 "과거 동지들이었고 10년 이상을 의정활동 같이 했던 분들 많으니까 그분들과 허물없이 정책이야기, 사람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차이도 이야기하다보면 접점같은 것 발견될 수 있다. 접점은 찾아서 키우고 도저히 의견차이있는 것을 뒤로 미루는 지혜 발휘하면 정책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무형 내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이낙연 후보자는 현직 전남지사로 행정기관을 이끈 경험이 있다. 더구나 전남지사로 일하면서 2016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종합대상'을 수상했고 2014년 지방선거 최우수정책으로 뽑힌 '100원 택시' 등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을 개발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역점 국정 과제인 '일자리 창출' 기조를 잘 이끌 수 있는 행정능력도 있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는 "각 부처는 장관의 책임 아래 운영하되 총리로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없는지, 속도가 뒤쳐지는 것은 없는지 등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총리 후보자 내정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일해본 경험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맡았고 거기서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낙연 후보자는 "대변인은 코스프레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철학이 일치해야 대변인 노릇을 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과 저는 그 당시에 같은 대통령후보를 모셨던 그런 처지이기 때문에 철학의 차이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내각이나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크게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지명된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나 임명장을 받은 임종석 비서실장, 주영훈 경호실장 모두 문 대통령과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검증된 인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에는 이와함께 4선 의원 출신인 만큼 국회 청문회 통과가 원활할 것이란 고려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기간도 없이 당선과 함께 바로 임기를 시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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