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인 결정안이 의결되면서 임기를 공식 시작했다. 이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첫 공식일정으로 이순진 합참의장과 전화로 군사 대비태세와 북한 동향 관련 보고를 받으며 군 통수권자로서의 법적 권한을 행사했다.
이 합참의장은 "전군의 작전태세는 이상 없다"고 첫 지휘 보고를 하면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장 및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비롯해 북한군의 전략·전술적 도발 가능성 등을 설명한 뒤 "우리 군은 적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도발 시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통령으로서 우리 군의 역량을 믿는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합참의장을 비롯한 우리 장병들은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과 이 합참의장 간 통화시간은 약 3분이었다. 문 대통령의 전화통화 자리에는 이날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배석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오전 9시26분께 홍은동 자택에서 나와 10여분 간 주민들과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감사 인사를 했다. 홍은동 자택은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대표직을 사임한 뒤 이사해 1년 4개월 동안 거주한 곳이다. 오전 9시 38분께 정든 홍은동을 떠난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서울 국립현충원에 도착해 순국선열을 향한 참배와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전직 대통령 묘역은 개별적으로 참배하지 않았다. 현충원 방명록에는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후보 시절 슬로건을 적었다.
전날 광화문에서 당선 연설을 할 때도 개인 차량을 이용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청와대 정식 경호차량을 이용했다. 문 대통령이 사용하는 의전차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다. 이 차량은 자동 소총 공격과 차 바닥에서 터지는 15㎏급 TNT 폭탄 공격 등도 버텨내는 '대통령급(VIP) 방탄 경호용'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여의도로 이동해 원내 5당 당대표를 면담하고 국정운영에 협조를 구한 뒤 국회의장실로 이동, 정세균 국회의장과 환담했다.
이어 12시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 참여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들어서자 민주당 당직자들이 일제히 환호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번 취임행사위원장을 맡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짙은 감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하얀색 투피스를 입었다. 문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는 세월호 배지를 달고서 국회를 찾았지만, 선서 직전에 배지를 풀었다.
문 대통령 내외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할 때 국군교향악단이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을 연주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문 대통령 내외는 3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뒤, 연단 뒤 귀빈석에 앉아있던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5부 요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윤병세·이준식·한민구 등 박근혜정부 장관들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모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자리를 일일이 지정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착석하도록 해서 여야의원들이 구분없이 섞여앉는 장면이 연출됐다. 다만 늦게 온 의원들은 자리를 찾지 못해 서서 취임식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취임선서식은 약식 취임식 답게 축하공연, 군악·의장대 행진, 예포발사 등과 같은 공식 절차 없이 '국민의례→애국가 제창→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대통령 취임선서→국민께 드리는 말씀' 순서로 간결하게 진행됐다. 취임선서식 행사에 걸린 시간은 30여분에 불과했다.
박수와 함께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국회 본관을 나와 잔디밭으로 나오자, 지지자들의 '사진 세례'가 이어졌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높이 치켜들고 문 후보의 사진을 찍으면서 "와! 대통령이다"라고 외치거나 '대통령! 문재인!'을 연호하면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을 했다. 문 대통령이 차에 타기 직전에는 행사 한 참석자가 휴대전화를 내밀어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취재진의 접근도 과거 대통령 행사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또 대통령 행사장에는 보통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지만, 이날은 통제 범위가 평소보다 좁았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떠날 때에는 여야 의원들이 정파를 가리지 않고 차를 타는 곳까지 몰려들어 새 대통령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꽃다발을 받은 후 차량에 탑승한 채 국회 경내를 한 바퀴 돌면서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를 빠져나와 마포대교를 건너 서울시청광장을 지나 청와대에 도착하는 경로 중 세 차례에 걸쳐 차의 선루프를 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했다.
문재인정부의 출범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취임선서식은 이례적으로 유연한 경호 속에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야 지도부, 당직자, 정부 관계자는 물론 일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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