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만 더 있었다면….' 수능 전날 수험생의 심정처럼 전국 곳곳을 누비는 대선 주자들은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부쩍 늘어난 연설 시간으로 인한 목관리, 쉴새없이 쏟아지는 사진 촬영 요청, 잠시 쉴만하다 싶으면 연설문 검토를 요청하는 수행팀…. 주어진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는 대선주자의 24시를 매일경제신문 마크맨(전담 기자)의 눈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文, 수행팀도 혀내두르는 '강철체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세 현장의 가장 큰 특징은 유세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다. 워낙 인파가 많이 몰리다보니 이로 인해 이동할 때 문 후보 안전을 위해 수행팀과 경호팀이 진땀을 흘릴 정도다.
문 후보는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을 때 지지자들의 손모양을 직접 바로잡아주며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선다. 지난 18일 광주 유세에서 사진 촬영 요청을 한 지지자들이 손가락으로 브이(V) 모양을 만들자 문 후보는 기호 1번을 의미하는 '엄지 척' 손모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지자들에게 직접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진촬영 요청이 쏟아지다보니 기차로 이동할 때 문 후보와 그의 수행팀이 제대로 앉아서 가지 못할 정도다. 지난 17일 기차를 타고 수원에서 서울 용산으로 이동할 때 승객들이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문 후보 바로 옆에 앉은 김경수 대변인이 7~8분 가량 서서 가기도 했다.
문 후보가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김재준 팀장은 "문 후보가 히말라야도 네 차례나 다녀올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있다. 요즘에는 평소에 즐기던 산책을 못하고 있지만,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수행하는 우리들이 더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목 관리를 위해 목에 좋다는 캔디를 자주 챙겨먹는다. 물도 자주 마시는 등 입이 마르지 않기 위해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자란 잠은 주로 이동하는 시간에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박영선 선대위원장 트위터에는 문 후보가 18일 제주도 유세를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던 도중 잠시 수면을 취하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세론' 후보다보니 돌발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17일 문 후보가 서울 용산역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할 때 최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문 후보를 찾아 "우리 아들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오열하기도 했다. 5분 가량 이들을 위로한 문 후보는 당 차원에서 외교부에 수색 활동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도록 지시했다.
◆구멍 난 런닝입고 이동하는 安
안 후보는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이동 중에도 끊임없이 자료를 검토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를 항시 곁에서 보좌하고 있는 김경록 대변인은 "안 후보는 원래 낮잠을 굉장히 싫어해 아무리 피곤해도 차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며 "이동 중에는 자료를 검토하거나 쉼없이 누군가와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암스트롱 목소리'로 이목을 끌고 있는 안 후보는 그 때문인지 목캔디를 자주 먹는다고 한다. 18일부터는 용각산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바뀐 안 후보의 목소리는 유세 현장에서 청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중·장년 층 여성들을 중심으로 새 목소리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18일 대구 유세현장에서 한 장년 여성은 "안 후보가 '누구 입니까'라고 말하는 억양이 재밌기도 하고 귀엽다"며 "목소리를 바꾼 노력이 가상해 주위에서도 많이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동 중에는 편안한 면바지나 면티로 갈아 입고 다음 일정을 준비한다. 김 대변인은 "안 후보는 이동 중에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는데, 면바지 같은 것은 10년도 넘게 입은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안 후보가 차 안에서 구멍난 런닝 같은 걸 입기도 한다"며 "갈아 입거나 새로 사라고 해도 '차안인데 누가 보느냐'는 식으로 옷차림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사는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은 한 도시락으로 재빨리 해결하는 편이다. 한 측근은 "후보가 식사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짬날 때 간단하게 해결하니 수행원들도 급히 먹게 된다”며 “이런 애로사항을 얘기했더니 고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洪, 담배끊고 강행군…劉, 도라지즙으로 목관리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일정 중간 중간 틈틈이 금연껌을 씹거나 공진단 등을 먹으며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 국회서도 알아주는 애연가였던 홍 후보는 담배를 끊는 대신 금연껌과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으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마라톤 일정으로 인해 도시락이나 간단한 김밥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시장에 들릴 때 허기를 채우는 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그외 차량 이동시간에는 대부분 쪽잠으로 채우고 있다.
거침없는 발언과 시원시원한 연설이 특징인 홍 후보답게 그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 요구 역시 화끈하다. 울산 유세에 나섰던 홍 후보의 한 지지자는 시민들과 인사 중인 홍 후보에게 큰 소리로 "사진한번 찍어주이소"라고 외쳐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후보가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지내고 경남도지사직을 경험하면서 쉴틈없는 일정 수행에는 도가 트인 듯 하다"며 "다행이 체력적인 문제는 없지만 유세 일정이 짧지 않은만큼 무리하지 않게 당 차원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경우 목이 약한 자신을 위해 부인 오선혜 여사가 정성스럽게 담아준 도라지즙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유 후보 주변에 어머니같은 여성 의원들이 목에 좋다며 프로폴리스를 가져다 줬다. 잠은 하루에 4시간 정도 주무시는데, 건강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유 후보의 운동화도 주목을 받았다. 유 후보는 지난달 30일 경기 포천시에 4·12 재보궐 지원유세를 하러 갔다가 '열심히 뛰라'는 의미에서 8000원짜리 시장표 운동화를 선물받았다. 유 후보는 유세 중 "이거 신고 여기 저기 누비며 인사드리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남성 못지 않은 강철체력으로 선거 현장을 누빈다. 비결은 남편이 아침마다 챙겨주는 홍삼이다. 타고난 강골인 덕분에 건강식품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심 후보가 유일하게 챙겨먹는 건강보조제다.
분장급 화장으로 외출 준비에 장시간이 소비되는 여성들과 달리 심 후보는 차안에서 1
[임성현 기자 / 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태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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