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공식유세가 시작된 뒤 해묵은 지역 감정의 망령이 전국 유세 현장을 떠돌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입을 모아 통합과 국민의 대통령을 외치지만 유세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역 감정에 기대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17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세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앞서 유세 차량에 오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당 지역구 의석 26개 중 23석(안철수 후보 의원직 사퇴 전 기준)이 전라도다. 저기(국민의당)가 전라도당이지, 왜 우리(민주당)가 전라도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모든 편견을 버리고 공적시스템을 바로잡을 사람이 누구냐"고 주장했지만 국민의당을 겨냥해 "전라도가 90%"라며 지역감정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도 같은날 대구 동성로에서 이뤄진 홍준표 한국당 후보 대선 유세에서 "국민의당 지역구 25곳 중 23지역이 호남 출신이다. 국민의당은 호남정당이라는 것을 밝히기 싫어서 (포스터에) 당도 안 밝힌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유세에서 "우리 손가락 잘라서 전부 낙동강에 버리면서 후회하지 말고 기호 2번 홍준표를 확실히 밀어줍시다"고 독려했다.
국민의당 역시 지역 감정을 들고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전북 유세에서 호남의 상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문재인은 대북송금특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골로 보냈다. 문재인은 거짓말과 변명으로 호남을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 후보 포스터에는 부산대통령 후보 문재인이라고 프린트를 안했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이같은 지원 유세 발언은 후보 본인의 철학이나 연설 내용과 정면 충돌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 후보들이 통합과 국민 대통령을 외치는 상황에서 지역 감정을 조장할 수록 중도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보수 진영에서 호남 지역에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진보 진영이 영남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등 지역 구도가 완화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정치권이 지역 감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대선 후보들은 유세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삼가하고 있다. 조 의원 발언 이후 유세 무대 위에 오른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통합의 문을 대구에서 열겠다. 전국에서 웃다보면 국민통합이 저절로 되고, 박정희 대통령도 웃으실 것"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득표율 48.0%를 기록한 바 있다. 대선에서 승리해도 득표율이 낮아지면 정권을 이끌어갈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이 반복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박 대표 발언을 의식한 듯, "선거를 위해 호남을 이용하는 후보는 절대 안된다"며 지역 감정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의 경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호남과 TK(대구·경북) 민심을 모두 끌어안아야하는데 주위에서 호남 표심만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면 외연 확장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TK(대구·경북)의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 수위를 높이기는 해도 다른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경우 지역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탓에 이같은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 입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아도 이같은 구태가 반복되면 결국 유권자들이 이같은 발언을 후보 본인의 메시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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