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네이버에선 '안철수 포스터'가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올랐다. 대선포스터로는 파격에 가까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포스터를 두고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명을 적지 않고, 다른 후보에 비해 얼굴이 작게 들어간 벽보가 공개되면서 "마치 무소속 후보 같다"는 혹평부터 "신선하다"는 반응까지 엇갈렸다. 그만큼 대선 후보들의 이미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특히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 후보 캠프에선 "후보의 말투와 스타일도 경쟁력"이라며 코디, 연설문, 선거 캐치프레이즈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후보의 이미지 전략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대국민 메시지다. 이 때문에 후보의 연설문 초안을 누가 작성하는지를 두고 정치권의 관심은 매우 크다.
문 후보의 연설문은 신동호 메시지선임팀장이 총괄하고 있다. 19대 국회 당시 문 후보의 당대표 시절 당대표실 부실장으로 합류하면서부터 연설문초안 작성을 맡아 왔다. 연설 때마다 문 후보가 즐겨 사용하는 '(정권교체 적임자) 누구입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의 문답·청유형은 문 후보 특유의 말투를 잘 살려낸 신 팀장의 작품이라는 평가다. 1965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난 신 팀장은 강원고 재학 당시인 1984년 강원일보에 시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했다.
안 후보의 연설문 초안은 유승찬 스토리닷컴 대표가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지난 3월 19일 출마선언문에서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데려온다"고 한 메시지도 유 대표가 짰다. 여기서 '5월의 꽃'은 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뜻한다. 유 대표는 2012년 진심캠프 땐 소셜미디어팀장으로 SNS 전략을 담당했고, 이번에는 안 후보의 연설과 메시지 관리를 맡고 있다.
다만 연설문은 안 후보가 직접 챙긴다는게 중론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메시지팀이 초안을 올리면 안 후보가 직접 손보면서 거의 뜯어고쳐 자신의 언어로 만든다"며 "사실상 메시지팀장은 안 후보 본인"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 국민의당 경선에서는 중저음 연설로 주목받았다. 이런 이미지 변화에는 안 후보 자신의 노력과 동시에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박 대표는 올 초부터 캠프에 합류해 안 후보를 돕고 있다. 안 후보는 당 대선후보로 뽑힌 지난 4일 소매를 걷은 셔츠를 입고 후보 수락연설을 해 강인한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는데 박 대표의 조언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난 1월 안 후보가 주장한 '안철수 대 문재인의 양강구도' 메시지에도 박 대표가 깊숙히 관여했다. 당내에서 연대론이 나올때도 안 후보가 자강론을 밀어부칠 수 있도록 박 대표가 핵심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후보자들의 외모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포인트다. 헤어스타일, 넥타이 매듭, 정장과 셔츠의 색깔 매치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문 후보의 이미지는 미국 변호사 출신인 신지연 PI(Personal Image) 팀장이 총괄하고 있다. 문 후보의 스타일링은 부인 김정숙씨가 해왔지만, 작년 10월부턴 신 팀장이 캠프에 합류해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대 법대를 졸업한 신 팀장은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다 그저 문 후보가 좋다는 이유로 캠프에 합류했다. 2012년 대선 때 외신대변인을 맡으면서 문 후보와 인연이 시작됐다. 신 팀장이 합류한 뒤부터 문 후보의 인상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머리는 더 견고하게 고정시키면서도 흰머리와 검은색 머리가 적절히 어루어져 '은발 신사'의 중후한 매력을 이끌어냈다. 또 무채색 일색이던 의상도 감색(네이비블루) 톤을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무겁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는 호평을 받는다.
문 후보의 메시지를 한문장으로 압축해 유권자들의 뇌리를 파고들게 가다듬는 역할은 유명 카피라이터인 정철 씨가 맡고 있다. 본선 전에서 문 후보의 선거구호인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 문재인'도 그의 작품이다. 이미 정 씨는 2012년 대선 때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문 후보와 호흡을 맞췄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안 후보의 파격적인 선거 포스터는 '광고 천재'라 불리는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자문했다. 이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진짜를 보여주려면 있는 사진 중에 갖다 쓰라고 조언했다"며 "각종 행사 때 찍은 사진 중에서 쓰고 이름과 사진, 캐치프레이즈만 넣으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뉴욕 페스티벌, 칸 국제광고제, 클리오 어워드 등 세계3대 광고제를 석권한 인물이다.
다소 어색한 이 포스터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수현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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